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정부의 통상압력에는 잘 버텨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이익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제품 가격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마친 뒤 중국 업계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철강업계에 따르면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기로 합의하면서 철강제품이 주요 쟁점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제품은 FTA와 상관없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제품의 무역 불균형을 지적해온 점을 두고 철강업계는 무역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실제 미국 정부는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당초 지난 6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한국산 철강제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단 보류했다. 철강업계는 연말께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산 철강제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을 가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미국 정부는 세이프가드 조치에 나설 수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 미국 정부는 한국산 냉연·열연 강판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포스코는 열연·냉연 강판에 대해 무려 60%가 넘는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미국으로의 철강제품 수출을 당분간 포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제품 18개 품목에 대해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2개 품목에 대해 추가조사를 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국 철강업체들의 실적은 미국이 높인 무역장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2조34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조8443억원의 82% 가량을 반년만에 번 것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포스코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6604억원이다. 현대제철도 올해 1조4864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겨 지난해 1조4450억원과 비슷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내다봤다.
미국 수출길이 막혔는데도 한국 철강업체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었던 건 제품 가격이 올라서다. 최근 중국 시장의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가격은 각각 t당 4055위안과 4599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인 t당 2739위안과 3409위안과 비교해 각각 48%와 35% 올랐다.
가격 상승은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과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맞물린 결과다.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을 주도했다는 눈총을 받자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조강(쇳물) 생산량을 매년 1억5000만t씩 감축하겠다고 밝힌 뒤 목표치보다 더 많은 용광로를 폐쇄하고 있다. 실제 올해 5월까지 중국 내에서는 1억1000만t 규모의 용광로가 폐쇄됐다. 연간 목표치의 73%를 상반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의 구조조정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한국 철강업계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바오산·우한 강철이 합병해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2위 철강사가 된 바오우강철은 올해 자동차용 강판 생산 능력을 약 200만t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생산능력 940만t과 더하면 단숨에 세계 1위 자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술 수준이 높은 고부가 제품을 생산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방향은 이미 세계 철강업계의 트렌드로 향후 시장의 경쟁 강도는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며 "기술 개발을 계속하는 한편 구매처에 대한 영업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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