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일을 많이 하는 국가다. 한국인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OECD 평균보다 38일 더 일하는 셈이다.
일한 만큼 생산성도 높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상위권인 노동시간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 한 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 수준을 말한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 회원국 중 28번째로, 1인당 노동생산성이 시간당 31.8달러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약 30시간인 네덜란드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61.5달러로 한국보다 2배정도 많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근무환경과 기술, 자본, 조직 운영방식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노동시간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이 일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노동시간을 단축했을 때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는 다수 나와있다. 지난해 3월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공동 발표한 '2016년 한국기업문화 진단'에서도 습관성 야근을 하는 근로자의 생산성은 절반이 되지 않는 45%로, 그렇지 않은 근로자의 생산성(58%)보다 크게 떨어졌다.
근무시간 중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를 30%만 줄여도 한 해 44조원의 추가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통계 자료도 존재한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고용창출 효과도 탁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노동사회연구소도 지난 1989~1991년과 2004~2007년에 이뤄진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고용과 시간당 임금 증가를 가져왔다고 보고했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법정근로시간을 10% 단축하면 중장기적으로 취업자와 노동자가 각각 8.5%와 13.1%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다.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예상 증기 비용은 약 12조원에 달한다.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근무시간 단축과 관련해 지원 제도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노사가 납부하는 고용보험료를 활용해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현재 정부는 기업이 시간선택제로 신규채용을 하거나 전환 시 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60만원을 지원한다. 이 중 20만원은 회사 노무관리비로, 40만원은 임금보전에 쓰인다. 유연근무제의 경우 지원되는 노무관리비는 주당 최대 1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최근 근무시간 축소나 자율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김진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노동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시도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보다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김동현 기자 / 윤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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