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이 3분기에도 흑자기조를 유지했지만, 지난해까지 지속된 저조한 발주 여파로 실적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3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각각 7개 분기와 5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다. 증권업계는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대우조선이 지난 3분기 12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조선도 올해부터는 계속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지는 흑자에도 조선 빅3의 수익 규모는 크게 줄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3%와 36.9% 감소했다. 증권가 전망치대로라면 대우조선도 21.9%의 매출 감소율을 기록하게 된다.
조선업계의 영업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수주절벽에 기인한다. 영국 조선·해운 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의 집계 결과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연간으로 216만CGT(재화환산톤수·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조선업체들은 일감을 따낸 뒤 1~2년 뒤부터 공정률에 따라 본격적으로 수익을 인식한다. 수익을 인식하지 않는 동안은 설계와 자재 구매가 이뤄진다. 지난해까지 조선업계를 괴롭힌 발주 가뭄이 올해 3분기 실적에부터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선박 발주 가뭄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조선업계의 실적 부진은 이제 시작 단계다. 증권업계는 내년 하반기나 오는 2019년부터 올해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증권사들은 내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매출을 각각 15조5536억원, 6조5130억원, 8조2392억원으로 전망했다. 조선업계 위기가 시작된 지난 2015년과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현대중공업은 66%, 삼성중공업은 33%, 대우조선은 47%씩 감소한다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잘 버티면 오는 2019년부터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선박 발주 시장의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컨테이너선, 초대형유조선(VLCC), 벌크선 모두 공급과잉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조선업계는 오는 2020년부터 시작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출가스 규제로 친환경 선박의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새 선박을 발주하기보다 기존 선박에 탈황설비를 달거나 저유황유 사용으로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국내 조선 빅3의 수주잔량 중 LNG운반선을 제외하면 LNG 추진선은 삼성중공업이 짓고 있는 셔틀탱커 2척밖에 없다.
또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를 선박유로 판매하던 정유업계는 고도화설비를 통해 저유황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원래 시장에 나오던 잔사유가 모두 저유황유로 바뀌면서 공급이 늘면 해운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선박에 저유황유를 사용해도 유류비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선박보다 해양플랜트가 조선업계의 일감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상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