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코르 강남점 전경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이러한 공식을 깼다. 럭셔리 화장품 업체에서 2030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꺼이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 지하에 매장을 내기로 한 것. 화장품 럭셔리 브랜드들이 백화점 지하에 매장을 내는 것은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22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오는 24일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맥을 시작으로 내달 15일 샤넬이 강남점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 새 매장을 연다. 내년 1월 중순에는 아르마니 역시 지하 1층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팝업 스토어 형태가 아니라 정식 매장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에서 내기로 했다"며 "젊은 층에 맞는 새로운 콘셉트와 포맷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샤넬은 24일 문을 여는 매장에 메이크업 셀프바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매장처럼 직원이 추천해주는 대신, 고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제품을 발라보고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맥에서는 셀피존을 따로 도입한다. 고객들은 이 공간에서 직접 다양한 맥의 제품들을 테스트해보고, 사진을 프레임에서 찍을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콧대'를 꺾고 지하 1층 매장에 입점하기로 한 데에는 20~30대 고객을 모셔오기 위한 목적이 크다.
↑ 시코르 메이크업쇼 [사진제공 = 신세계백화점] |
이처럼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지하 1층행을 과감히 결정했다.
샤넬은 지하 1층에 매장을 내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 전 팝업 행사를 운영했다. 그 결과 샤넬의 기존 타깃층이 30~40대인 반면, 팝업 행사에서는 20~30대 고객이 많이 몰렸다. 무엇보다 신규 구매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 샤넬로 하여금 자존심을 꺾고 지하 1층에 새 매장을 열게 하게 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지하 1층에서 팝업행사를 하는 동안 기존에 샤넬을 써본 적이 없는 고객들도 부담 없이 팝업 매장에 들러 자유롭게 테스트해 보고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미 강남점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의 영향도 컸다. 20~30대 새 고객 확보가 관건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에게 신코르는 '시코르 효과'란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시코르 강남점은 일명 '코덕(코스메틱 덕후의 줄임말·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들의 놀이터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젊은 층 사이 인기다.
국내에선 잘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브랜드와 체험형 이벤트 등이 인기 비결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시코르 강남점이 첫 선을 보인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파미에스트리트 구매 고객 수를 분석해본 결과 20대는 전년대비 2.5% 늘었고 30대는 6.9%나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 장르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강남점의 경우 2016년까지 화장품 장르의 20대 매출 비중은 7.1%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5월 시코르 오픈 이후 11.8%까지 올랐다. 30대 비중도 26.9%에서 31.4%로 5%포인트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상무는 "'시코르 효과'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그 동안 온라인과 로드숍에 밀렸던 백화점 화장품 장르 매출이 늘고 있다"며 "강남점 지하 1층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까지 배치하면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더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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