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진료기록이 쌓이면 빅데이터가 돼 정밀의학 발전의 바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선 의료계가 진료 기록을 활용해 환자·소비자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의 가치를 위해 진료기록이 활용된다는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 빅데이터 활용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전날 국회의원회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의료정보의 활용과 보호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특별법(가칭)' 제정을 앞두고 의료 정보의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정보를 한 데 모으는 빅데이터 작업을 추진하고, 정보의 공개와 활용 범위는 정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의료 빅데이터의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기에 앞서 먼저 의료 빅데이터 활용으로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현 국립암센터 암빅데이터센터 센터장은 영국과 스웨덴에서의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우수 사례로 꼽으며 "의료비를 절감하고 의료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분명한 방향성과 정부의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들이 신뢰하니까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도 "기술의 성공이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지금도 진료 정보가 하루 60만건씩 쏟아지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제공한 의료정보가 공익을 목적으로만 쓰일지에 대해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철환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장은 심평원이 지난 2014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민간 보험사 등에 약 6420만명의 개인 의료정보를 유상 판매한 사실을 언급하며 국내 의료 정보의 관리 체계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의료 정보를 활용한다고 하면 시민단체·소비자단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술적으로 개인 식별 정보를 제거해도 완벽하게 개인정보를 보호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윤 국장은 지적했다. 그는 "이미 연구자들은 비식별 자료를 식별해내고 있다"며 "(현재 기술 수준에서) 비식별 조치를 완벽히 해도 그건 불변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그 정보를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료 정보의 활용을 위한 비식별 여부와 방법을 논하기에 앞서 그 정보가 누구의 것인지, 환자가 보다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센터장도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데이터 민주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국민의 신뢰"라며 "데이터 민주화란 데이터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연구가 공익적인 건 아니다"라며 "공익적 연구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 자리에서 정부는 의료 빅데이터 특별법 제정을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정환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사무관은 법 경제학적으로 좋은 방법은 아닐지라도 각 쟁점들 중 명확
이어 빅데이터 특별법에는 ▲의료정보에 대한 국민들 개개인의 권리 ▲법안의 구체적 목적 ▲의료 빅데이터를 다루는 주체 ▲의료 정보의 종류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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