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 |
# 30대 영업사원 박 모 씨는 최근 전신에 두드러기가 생기면서 찾아온 가려움증에 고통받고 있다. 피와 진물이 날 정도로 긁어도 가려움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박 씨는 "평생 처음 겪어보는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며칠씩 잠을 못잤다. 불면증, 우울증, 의욕저하 때문에 가려움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었다"고 설명했다. 아토피나 건선이라고 생각해 피부과는 물론 한의원을 찾아다니고 한약도 지어 먹었지만 몇 달째 차도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대학병원을 찾았고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다.
최근 뇌성마비 진단을 받고 13년간 재활치료를 받던 20대 여성환자가 희소 질환인 세가와병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제대로 된 약을 처방받고 일주일만에 걸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이 환자의 사례처럼 진단 지연이나 오진으로 여러 병원을 떠도는 '의료 난민'이 적지 않다. 특히 의료진이 접하기 힘든 희귀한 질환을 겪는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은 물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경제적 비용 부담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앞서 설명한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도 오진하기 쉬운 질환 중 하나다. 가려움증을 동반한 두드러기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환자 5명 중 1명이 5년이상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무서운 질환이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원인불명의 가려움증과 두드러기가 6주 이상 거의 매일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피부 면역 질환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자가면역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유병률 통계도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구의 0.5~5.0%에서 발생하며, 연간 약 1.4%의 발생률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20~40세대에서 주로 나타나고,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 이상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일반인이나 환자는 물론, 일반 의료진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질환이라 건선이나 아토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병·의원에서 접촉성피부염으로 잘못 진단받고 오는 환자들도 있다.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국내 두드러기 환자 5명 1명꼴로 나타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라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나 불안감이 매우 크다"며 "질환에 대한 오해로 민간요법이나 한의원을 전전하다가 뒤늦게 병명을 제대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천의 얼굴'이라고 불릴 정도로 발병 형태가 다양하다. 신체 어느 곳에서나 발생 가능하지만 주로 얼굴, 혀, 생식기, 손과 발에서 나타난다.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보다 전신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려움증과 타는 듯한 작열감, 혈관 부종을 동반한다. 일반적인 두드러기로 인한 가려움증과는 다르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갑자기 발생하는 심부 진피층, 피하조직 또는 점막의 심한 부종인 혈관부종이 나타나고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성인 만성 두드러기 환자 약 30%가 혈관부종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온도변화와 스트레스, 긴장감, 만성피로 등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 가려움증과 통증 때문에 많은 환자가 강도 높은 스트레스와 수면장애를 겪는데 이러한 요인들이 질환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시달린다. 평균 유병 기간 약 1~5년 (평균3.76년, 3차 병원 내원 641명 대상 국내 연구 기준)에 달한다. 이중 약 80%의 환자가 1년 이내 호전되지만, 10명중 1명(11%)은 5년 이상 지속된다.
통증과 가려움증 등으로 인한 수면 장애, 치료제에 대한 이상 반응, 혈관 부종이 동반되는 경우 얼굴이 붓고, 입술이 부르트는 등 환자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야간에 가려움증이 악화되기 때문에 수면부족과 항히스타민제 영향으로 직장이나 학교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브라질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환자의 삶의 질 저하 문제는 건선, 아토피, 기저세포암, 나병 환자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치료는 1차적으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 받는데 약 50% 이상의 환자에서 불충분한 효과를 보이고, 10명중 3명은 항히스타민제를 4배까지 늘려도 두드러기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과 예측이 어렵고 현재의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인지도가 낮은 질병이라 제대로 진단되지 않으면 스테로이드를 남용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병력을 세세히 듣고 현상을 파악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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