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한국여행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 한류 및 단체관광 제한령)을 발표하면서 유커(遊客,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문이 뚝 끊긴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일대 |
국내외 경제 위기 속에서 움츠렸던 국내 화장품 업계가 무술년 새해를 맞아 제2전성기를 준비 중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가을께부터 한국행 단체관광을 일부 재개한 만큼 유커(遊客,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한 호재와 더불어 신규 글로벌 시장 개척, 중국 직투자 확대 등 다양한 대응책 마련으로 올 한 해 실적 반등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지난해까지 해외 시장의 고성장을 바탕으로 광폭 성장했던 'K뷰티'는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보복과 함께 내수 경제의 위축으로 고꾸라졌다. 특히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한국여행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 한류 및 단체관광 제한령)을 정점으로 '우울한 나날'이 계속됐다. 엎친 데 덮친 격, 국내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매출 하락세가 도미노 현상처럼 업계에 번졌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K뷰티 제2 도약을 위해 업체별로 새로운 전략과 투자 방법을 구사하며 재기를 꾀하고 있다.
업계 대장 격인 아모레퍼시픽은 올 한해 미국시장 확대와 신흥시장 진출 가속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에 최근 미국 법인장을 외국인 출신 현지 전문가로 교체하고 쿠션제품과 같은 이전에 볼 수 없던 혁신상품 개발과 디지털 서비스 강화 등 소비자를 잡기 위한 신전략을 구사한다.
아모레퍼시픽의 북미·유럽 시장 강화는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수순의 일환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1%(2016년 기준, 신한금융투자)로 상당한 수준이다. 내수 부진과 함께 사드 후폭풍까지 겹치며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전년보다 8.7% 감소한 4조6870억원, 영업이익은 32.4% 줄어든 6412억원에 그쳤다. 때문에 제2의 사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혁신 제품으로 브랜드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최근 미국 법인장을 외국인 출신 현지 전문가로 교체하고 시장 전망이 가장 높은 아세안을 공략하고자 말레이시아에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등 전략적 거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다른 K뷰티 대표주자인 LG생활건강은 화장품·생활용품·음료로 이뤄진 '3각 사업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은 "올해 중국경제 성장둔화, 국내경기 불확실성, 보호무역주의 등 산재한 변수들로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화장품사업의 럭셔리 성장과 경쟁력 강화, 생활용품사업의 해외사업 강화 그리고 음료사업 활성화 등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경영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주인을 맞은 에이블씨엔씨(미샤)는 중국 직접 투자 강화로 위기를 정면돌파할 계획이다.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올해 중국에 300억원대 직접 투자금을 넣어 현지 1성급 도시 내 30여 개의 직영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샤가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이뤄지는 최대 규모 투자금이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기존 매장 전면 리뉴얼을 진행해 내수 시장 확대에도 적극 나선다.
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확보된 금액과 사내 유보금을 투자해 그동안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2018년을 기점으로 제2전성기를 기약하며 회사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잇츠한불을 중국 후저우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현지 유통 채널 확장에 힘을 쏟고, 네이처리퍼블릭은 2016년 12월 영입한 아모레퍼시픽 출신 호종환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오너리스크'로 위기에 빠진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효율성 회복에 주력하며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업계의 침체기가 장기화 될수록 회복도 더딜 것이라는 내부 위기감으로 올해는 제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북미, 동남아, 중동 등 신시장 개척, 투자 규모 확대 등 기업마다 타개책 마련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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