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행동을 제어할 수 없습니다."
1966년 8월 1일, 짧은 쪽지를 남긴 찰스 휘트만은 텍사스대 시계탑 건물에 올라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를 포함해 15명이 숨지고 31명이 부상당한 역대 최악의 교내 총기 사건이었다. 현장에서 사살된 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뇌에서 종양이 발견돼다. 이후 뇌 손상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기술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져왔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뇌 손상이 범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 논문을 발표했다.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이 반드시 범죄 행동을 저지른다고 볼 수 없지만 인과관계는 어느정도 성립한다는 연구결과였다.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칼센터 연구진은 뇌 손상이 도덕성과 가치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부위에 영향을 미쳤을 때 범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 회보' 최신호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뇌 손상과 범죄 행동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과거 이를 조사한 연구논문을 분석했다. 뇌를 다친 뒤 범죄 행동을 저지른 17건의 케이스를 발굴한 뒤 뇌 영상 자료를 조사했다. 17건의 케이스는 종양, 뇌졸증, 뇌출혈, 트라우마 등을 겪고 난 뒤 성폭행, 폭행, 살인 등의 죄를 저지른 사람 뿐 아니라 뇌 수술 뒤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힌 금융사 직원 등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들의 과거 뇌 영상을 분석함과 동시에 뇌가 활성화되지 않는 영역을 조사했다. 인간의 뇌는 어떤 행동을 하거나 판단을 내릴 때 관련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창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뇌 영상을 볼 때는 활성화되는 부위를 토대로 연구를 한다"며 "이번 논문은 뇌에서 활성화가 되지 않는 영역인 '병변(Lesion)'을 엮어 일종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17명의 케이스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도덕성(morality)이나 가치 기반의 판단을 하는 영역이 전혀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즉 이 부위에 손상이 생기면서 휘트만처럼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했을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도덕성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부위에 변병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며 "뇌를 다쳤음에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의 뇌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23건의 추가 케이스 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23명의 추가 범법자들은 뇌를 다치기 전에는 범죄 행동이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뇌의 같은 영역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 책임연구원은 "범죄행동과 뇌손상의 상관관계를 수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입증한 첫 연구로 볼 수 있다"며 이번 논문이 갖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뇌 손상이 반드시 범죄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개연성은 있지만 뇌를 다쳤다고 해서 반드시 언제쯤 범죄를 저지른다고 예측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라이언 다비 벤더빌트대 교수는 "이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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