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량으로도 암세포 파괴하는 발열 나노입자 개발"

↑ 마그네슘 도핑 나노물질과 기존 온열 암 치료에 사용하던 나노물질로 각각 실험용 쥐의 뇌종양을 치료한 과정과 결과. [자료 제공 = 서울대병원]

한국인 학자들이 온열 암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온열 암 치료는 자성을 띄는 나노물질을 암세포에 주입하고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 열을 발생하게 해 암세포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이전까지 온열 암 치료에 활용되던 나노입자는 발열량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 강건욱 핵의학과 교수, 박기호 안과 교수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의 배성태 전자과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마그네슘을 활용해 개선한 온열 암 치료 시스템의 효과를 최근 입증했다.
온열 암 치료는 짧은 시간에 물리적으로 암세포를 파괴해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우려되는 정상세포의 변형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나노물질의 발열량이 부족해 암세포를 죽이려면 많은 양의 나노입자를 주입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대·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이 개발한 마그네슘 도핑(결정의 물성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량의 불순물을 첨가하는 공정) 나노물질은 기존 온열 암 치료에 쓰이던 물질과 같은 산화철이면서도 기존 물질 대비 발열 효율이 100배 가량 뛰어나다고 서울대병원 측은 설명했다. 이 물질에 저주파를 쪼이면 물질의 온도가 암세포를 죽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섭씨 5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점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백선하 교수는 "악성 뇌종양의 경우 현재 가장 효과가 있는 항암제인 테모졸로마이드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 2~4개월의 수명이 연장되지만, 두 치료 모두 내성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며 "나노 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치료는 물리적으로 암세포를 분열시키고, 내성이 생기지 않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뇌종양 세포를 자라게 한 뒤 해당 부위에 마그네슘이 도핑된 나노물질을 주입하고 저주파를 쏘이자 이틀 뒤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배성태 교수는 "마그네슘 나노물질과 같은 산화철을 기반으로 한 온열치료제의 개발은 앞으로 전이성 뇌종양을 포함한 악성 뇌종양과 전신 암의 진단과 치료의 신기원을 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매테리얼(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의 지난해 12월호에 실렸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