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발 악재가 국내 화장품 업계의 판세를 바꿨다.
업계 대장 격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은 대내외 악재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브랜드 실적 부진과 주요 관광상권의 매출 하락으로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2인자에 있던 LG생활건강은 후와 숨 등 럭셔리 화장품을 중심으로 매출을 이끌어내고 생활용품·음료사업으로 화장품 리스크를 최소화한 '다각화 전략'이 빛을 발하며 아모레퍼시픽을 추월했다.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에 왕좌 탈환이다.
↑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화장품 부문의 일등공신은 단연 '후', '숨' 등 럭셔리 브랜드다. 회사는 이들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사업의 호조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럭셔리 제품군의 매출 비중이 화장품 전체의 71%에 달할 정도다. 특히 '후'는 단일 브랜드로서 매출 1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위상을 공고히 했다. '숨' 매출은 3800억원으로 차세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생활용품·음료사업 등 다각화 사업 전개로 화장품 시장 리스크를 낮춘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사업에서 제품안전성 강화하고 프리미엄 라인 구축, 신제품 출시 등으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평가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생활용품 시장점유율 37%를 유지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음료 부문은 탄산음료와 비탄산음료의 균형 성장으로 제 몫을 다했다.
회사는 이러한 실적 상승세에 자신감도 함께 커졌다. LG생건 관계자는 "올해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매출액 6조5200억원, 영업이익 9450억원 달성이 목표다"고 말했다.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하락한 6조 291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목표 매출이었던 7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4% 떨어진 7315억원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중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로 인해 주요 화장품 계열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성장하면서 매출 6조원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또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매출은 5조 1238억원을, 영업이익은 59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각각 9%, 30% 하락했다.
실적 악재는 역시나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탓이 컸다. 중국 소비 비중이 높은 국내 면세 채널과 주요 관광 상권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국내 매출은 전년대비 16% 감소한 3조 3474억원을, 영업이익은 38%까지 떨어진 4177억원에 머물렀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K뷰티가 맥없이 당하면서 '화장품 온리(only)'를 외치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원대한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제2의 쿠션과 같은 혁신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 이탈을 막고 신규 해외 시장 진출로 실적 반등을 꾀할 계획이다. 이에 각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2월 에뛰드하우스의 쿠웨이트 입점을 시작으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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