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현지 보스턴컨설팅 컨설턴트 <사진=보스턴컨설팅 제공> |
'400대1'
지난해 글로벌 전략컨설팅펌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한국 지사의 대졸 신입(Associate) 경쟁률이다. 컨설팅업계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구직자가 들어갈 수 있는 최고의 직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메이저 컨설팅펌에 입사하게 되면 높은 연봉과 함께 커리어 개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20~30대가 첫 직장에서 경험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시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최대 장점이다. 입사 후 상대하는 클라이언트는 보통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고위 간부들. 이들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쌓는 네트워크와 식견은 컨설턴트 개인에게 큰 자산이 된다. 높은 업무 강도를 자랑하지만 이를 상쇄하는 충분한 보상이 따른다.
29일 매일경제는 컨설팅업계 '탑티어(Top Tier)' 회사인 BCG 인사담당자와 현직 컨설턴트를 만나 채용과정과 입사전략을 들어봤다.
BCG는 컨설팅업계에서도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다. 흔히 맥킨지, 베인앤컴퍼니와 함께 3대 전략 컨설팅펌으로 불리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모인 집단으로 유명하다. BCG는 '전략' 개념을 최초로 경영에 도입한 컨설팅 업체다. BCG가 고안한 경영전략 사고틀인 'BCG 매트릭스'는 물론 '경험곡선 이론' '타임베이스' 등은 전 세계 경영학 수업에서 널리 다뤄지고 있다. 전 세계 순위 500대 기업안에 드는 유수의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 비영리 단체 등에 경영전략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56억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공장 하나 없이 '두뇌'만으로 올린 성과다.
'인재가 최고의 자산'이라는 인식은 조직 내 자연스럽게 공유된 가치다.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또 유지하는 것은 BCG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실제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을 넘어 국내 유수 대기업을 상회하는 대우를 보장하고 있다. 대졸 신입(Associate)의 평균 초봉은 1억원에 육박하고, 성과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위해 월 20만원 가량의 학습지원비도 나온다. 글로벌경험을 쌓고 싶다면 해외 오피스 근무를 지원할 수 있는데, 회사는 이를 장려하고 있다. BCG는 전 세계 50개국, 90여개 도시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현재 서울사무소에서는 200여명의 컨설턴트가 근무하고 있다.
BCG 채용은 ▲학부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공채 개념인 신입(Associate) ▲MBA나 석사 졸업자 대상 컨설턴트(Consultant) ▲경력직 채용 등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특히 매년 3월 9월 채용을 진행해 연 평균 10여명을 뽑는 신입 전형의 입사 난이도는 극히 높은 수준이다. 서류와 온라인 테스트를 통과하면 4~5회 이어지는 케이스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모든 인터뷰는 1대1로 진행되는데,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와 논리력을 심층적으로 검증한다.
2013년 입사한 권현지 씨(28·컨설턴트)는 '전략적 사고능력'을 키우는 것이 BCG 입사의 핵심 열쇠라고 설명했다. 권씨는 "신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산업별 동향과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면서 비즈니스적인 감각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회사의 케이스를 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사고의 과정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혼자 하는 것이 어렵다면 스터디 그룹이나 관련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뜸했다.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학벌'이나 '스펙'으로 입사가 좌우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또,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으면 입사가 어렵다는 것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김수연 BCG 인사팀장은 "BCG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 중 하나가 다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류전형에서 에세이와 레쥬메를 통해 프로필을 보지만 학벌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면서 "사회활동이나 리더십 경험, 컨설팅 업계에 들어오고자 하는 열정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실제 BCG 임원(파트너) 중에는 소위 SKY대학을 나오지 않은 인사가 상당수다. 김 팀장은 "경영전략 컨설팅이지만 경영학과 출신일 필요는 없고 실제 구성원들의 전공은 인문학, 의학 심지어 음악 전공까지 굉장히 다양하다"며 "최근에는 각 산업에서 디지털 프로젝트에 대한 니즈가 높기 때문에 공학 전공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현직 직원을 아우르는 동문회(Alumni)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이어가는 것은 BCG만의 독특한 문화다. 권 씨는 "이직이나 퇴사를 하면 '졸업'했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워낙 팀워크를 중시하고 학구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보니 직장이 아니라 학교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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