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철강을 규제하기 위해 미국 상무부가 내놓은 3개의 방안 중 모든 수입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한국 철강업계는 한시름 놓으면서도 미국에서 촉발된 보호무역 정책이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6일 철강업계·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제출한 보고서에서 제시한 세 개의 방안 중 모든 수입국에 최소 24%의 관세를 추가로 부가하는 첫 번째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초 상무부는 ▲모든 수입국을 대상으로 최소 24%의 관세 부과 ▲한국·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국에만 53%의 관세 부과 ▲국가별 수입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하는 수입 쿼터 설정 등 3개의 방안을 백악관에 권고했다. 권고와 함께 오는 4월 11일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철강업계에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을 제외하면 경쟁국들과 같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에만 고율의 관세를 물리라는 2안이 현실화되면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바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시작된 철강 보호무역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시작한 보호무역 정책에 각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지난 2016년을 전후로 보호무역의 바람이 글로벌 철강업계를 휩쓸면서 우리 철강업계도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당시 중국에서 과잉생산된 철강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지자 각국은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불똥이 튄 한국산 철강도 조사 대상에 올라 미국, EU 등으로부터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이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EU가 지난 2014년 한국산 철강에 44%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연장하기 위한 반덤핑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EU가 한국산 철강에 대해 무역장벽을 더 높이면 우리 철강업계는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철강업계가 보호무역을 주도하는 미국 대신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을 늘려왔다. 한국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물량은 지난 2015년 395만t에서 2016년 374만t, 2017년 354만t으로 꾸준히 줄었다. 반면 유럽(28개 EU 가입국) 수출물량은 2015년 245만t, 2016년 312만t, 2017년 330만t으로 늘었다.
실제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업체들은 지난 2016년 미국으로부터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받은 뒤 대미 수출물량을 줄였다. 지난해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전체 판매량 대비 대미 수출 비중은 각각 0.6%와 4.7%에 불과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별로 기존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한 사유에 대해 다시 판단을 요구하는 연례재심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번 무역확장법 이슈로 찬물을 맞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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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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