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인 캐나다·멕시코를 제외했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을 건 뒤 이를 다른 통상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통상 미치광이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방이 자신을 미치광이로 인식하도록 해 공포감을 유발한 뒤 이를 무기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것을 말한다.
9일(한국시간) 철강업계·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철강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과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하는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 반덤핑·상계 관세에 더해 부과되는 것으로 서명일로부터 15일 뒤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가 발언한 바와 같이 NAFTA 재협상을 하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관세 추가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규제조치 명령 서명에 앞선 각료회의에서 "만약 우리가 (NAFTA) 합의에 도달한다면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철강 관세를 NA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관세 추가 부과 대상국들을 향해서는 "대미 수출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을 해소한다면 면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멕시코와 마찬가지로 통상 협상에서 미국에 양보를 하면 관세를 면제해줄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강하게 무역전쟁을 걸어왔다. 그는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바탕으로 3가지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자 모든 수입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이후 EU가 보복 조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산 자동차에 추가관세를 매기겠다고 맞불을 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관세부과 확정을 앞두고 캐나다와 멕시코를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철강과 알루미늄의 추가 관세는 피했지만, 다음달 진행되는 제8차 NAFTA 재협상에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도 철강 관세폭탄을 활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지난 몇주동안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달 17일 미국 상무부가 ▲모든 수입 철강에 최소 24%의 관세 부과(1안) ▲한국·브라질·러시아·터키·인도·베트남·중국·태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2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53%의 관세 부과(2안)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대미 수출 63% 수준의 쿼터 설정(3안) 등의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자 국내에서는 '통상 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부 국가만 골라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2안 대상국에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에서는 한국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후 1안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철강업계는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세계적인 보호무역 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며 노심초사했다. 마침 EU가 지난 2014년 한국산 철강에 44%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연장하기 위한 반덤핑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지난달 말 전해졌다. 한국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관세 부과 확정에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초부터 미국에 머물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 등 행정부와 의회 인사를 대상으로 한국을 규제조치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해왔지만, 관세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시키지는 못했다. 우리 통상당국은 이번에 결정된 추가과세 부과 명령이 발효되기까지 남은 15일동안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면제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오전 통상차관보, 철강 업계 등과 함께 민관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의 철강 관세부과 결정에 따른 우리 철강 수출 관련 대책, 한미FTA 개정 협상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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