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가 생산 설비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모델을 개발 중인 자동차 업체들이 몰려 있는 지역과 이차전지를 만들 때 필요한 광물이 생산되는 지역에 진출해 각각 영업·공급과 원료 조달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다.
1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포스코는 칠레 생산진흥청(CORFO)의 리튬 개발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돼 오는 2021년까지 575억원을 들여 칠레 북부 메히요네스시에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칠레산 리튬을 수출 최저가로 공급받게 될 이 공장에서는 연간 3200t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과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가 생산될 예정이다. 양극재는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과 함께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핵심소재다.
삼성SDI·포스코는 이차전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칠레의 리튬 개발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했다. 전기차 산업의 확대 조짐을 보이면서 광물 가격이 치솟아 안정적으로 조달할 창구를 마련해둬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리튬 가격은 지난 2015년 3월 13일 기준 kg당 40.5위안에서 지난 9일 144.5위안으로 3년만에 약 3.6배로 뛰었다. 또 다른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도 같은 기간 가격이 t당 2만7900달러에서 8만4500달러로 200% 올랐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이번 칠레 리튬 프로젝트로 설립되는 합작법인은 성장하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안정적인 소재 공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가능성만 갖고 있던 전기차 분야의 부상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환경정책에 힘입은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을 시작으로 프랑스, 영국 등은 오는 2020년을 전후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에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의 선발주자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이미 각각 폴란드와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구축해가고 있다. LG화학은 이달부터 폴란드 공장을 일부 가동하기 시작했고, 삼성SDI는 오는 2분기부터 헝가리 공장의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지난 8일(현지시간) 헝가리 코마롬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고 유럽 공략 전초기지를 구축하는 첫 삽을 떴다.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 준공돼 설비 안정화, 시운전, 제품 인증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는 2020년 초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도 각각 공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국 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국산 배터리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 가동률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오는 2020년 완전 폐지를 목표로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고 있어 그 이후에는 다시 중국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올 것으로 배터리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인기 순수전기차 모델인 GM 볼트(Bolt)EV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현재 미국·유럽 등에서 42조원어치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수주했고 지금도 수주량을 늘려가는 중이라며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하려면 자동차업체와 코로케이션(co-location)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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