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고위 공직자는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 골프회원권 등 재산을 신고할 때 실거래가 혹은 공시지가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신고해야 한다. 아파트 현재 시세 대비 공시지가가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고위 공직자 재산이 '축소 신고'되고 있다는 비판을 정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실거래가'가 시세가 아닌, 취득시점에서의 거래액이어서, 2000년대 초반에 현재 시세 대비 4분의 1 이하로 강남 아파트를 구매한 고위공직자들은 재산 변동액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거래가 기준을 보다 기술적으로 반영해, 현재 시세를 담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4일 인사혁신처는 공직자가 부동산, 광업권, 어업권, 골프회원권 등을 신고할 때 실거래가나 공시지가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9일 입법예고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직자 재산신고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가령, 서울 반포 경남아파트(97.79㎡)는 올해 1분기 실거래가가 19억~20억원 수준인데 반해 공시지가는 9억원 정도다. A고위 공무원이 올해 경남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내년에 재산 변동내역을 신고할 경우 지금까진 9억원으로 신고하면 됐는데, 올해 하반기엔 실제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들인 액수(약 20억원)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말한 실거래가는 '취득가액'(취득할 당시 매입가격)이어서, 오래 전 아파트를 구입한 고위 공직자는 재산 변동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003년 도곡렉슬아파트 26평형 청약에 당첨된 후 여태까지 해당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청약 당첨 당시 분양가(취득가액)는 4억2000만원 정도다. 해당 아파트 현재 시세는 14억원이고 공시지가는 6억원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만일 내년까지 근무를 해 재산신고를 하게 될 경우, 김 부총리는 실거래가(취득가액·4억2000만원)와 공시지가(6억원) 중 더 큰 금액인 6억원으로 신고하게 돼, 여전히 현재 시세 대비 상당히 낮게 재산을 신고하게 된다.
또 현재 시스템 하에선 관보에 실거래가인지 공시지가인지 구분하지 않고 그냥 '가액'으로만 공개하게 되어 있어, 일반 국민 입장에선 고위 공직자 재산이 어느 것을 기준으로 했는지 모른다는 단점도 있다.
신동화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실거래가가 취득가액 기준이기 때문에, 이전에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현재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기술적인 보완점을 찾으며 현재 시세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아울러 고위공직자가 가족의 재산공개를 거부한다든지 혹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처럼 가족소유기업을 통해 차명으로 재산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반영할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
이외에도 인사혁신처는 육아휴직 중인 공무원은 재산이 변동해도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유예제도를 개선했다. 서기관(4급) 이상 공무원은 공개대상은 아니지만 재산을 신고하도록 돼있는데, 육아휴직 중인 서기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재산 변동 내역을 신고할 부담을 덜게 될 전망이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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