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미세먼지(PM10)에 많이 노출될수록 아이의 아토피피부염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녹지공간이 많은 동네에 살면 이 같은 위험을 낮출 수 있었다.
16일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직업환경교실 교수팀은 2006~2010년 사이 모자환경보건센터에 등록된 산모 659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대기오염물질 노출이 출생 후 6개월 이내 자녀의 아토피피부염 발생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환경연구·공중보건'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임신 초기 임산부의 미세먼지 노출량이 1㎥당 10㎍씩 늘어날 때마다 출산 후 아이가 아토피피부염에 걸릴 위험은 22% 커진다. 특히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표적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NO2) 노출량이 10ppb씩 증가하면 아이의 아토피피부염 위험은 35% 상승한다.
이 같은 미세먼지의 위해성은 임신 0∼12주에 집중됐다. 태아의 피부구조가 임신 초기에 빠르게 발달하고 외부 환경에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산모가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면 면역기능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태반의 보호벽을 통과하는 대기오염물질이 출생 전 태아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보고된 바 있다. 조사 대상 임산부들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노출량은 53.60㎍/㎥이었다. 이는 PM10 농도등급 기준 '보통(31∼80)' 수준에 해당된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집 주변에 녹지공간이 풍부하면 이런 위험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다. 주거지 200m 이내에 녹지공간이 있는 임신부의 경우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노출량이 증가해도 아이의 아토피피부염 위험이 커지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녹지공간의 공기정화 기능이 임신부를 통해 태아에게 전해지는 대기오염물질
하은희 교수는 "임신 중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아이의 면역기능이 바뀌면서 아토피피부염 위험이 증가한다"며 "그런데 녹지공간 주변에 살면 식물이 대기 오염원을 걸러내고, 주위 온도를 낮춤으로써 아토피피부염에 미치는 위험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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