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아서 보든, 바닥에 엎드려서 보든, 설거지하며 뒤돌아서 봐도 누구나 똑같은 화면을 볼 수 있는 TV."
LG전자가 경기도 평택시에 마련한 'LG 디지털 파크'는 연구개발, 생산, 품질, 교육을 모두 아우르는 LG전자의 핵심 제조복합단지다. 지난 23일 찾은 이곳에서 박유 LG전자 TV화질팀 책임연구원은 이같이 말하며 LG OLED(올레드)TV의 기술력을 자부했다. LG 디지털파크는 축구장 90개(약 19만5000평) 크기로 HE사업본부(R&D), MC사업본부(생산), 생산기술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파크 내 TV화질을 자동측정하는 연구실 안에는 2m가 넘는 거대한 장비에는 LG전자의 올레드 TV가 걸려있다. 이 장비는 상하좌우, 대각선 어디서 보든 사용자가 같은 화질을 볼 수 있도록 720도까지 회전하며 TV화질을 측정한다. 이 장비는 디스플레이의 색상과 밝기, 색 등 1000개 이상의 세부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LG 올레드 TV의 명성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 LG전자 연구원들이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Picture Quality Performance System)`으로 올레드 TV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전자] |
최적의 화질을 갖췄다고 해도 콘텐츠에 어울리는 영상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올해 LG 올레드 TV 신제품은 인공지능 화질 '알파9'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알파9은 영상정보를 실시간 스스로 분석해 최적의 화질을 찾아 준다.
박성진 LG전자 TV화질팀 책임연구원은 "알파9 핵심 기술은 ▲4단계 잡음 제거 ▲입체감 강화 ▲정교한 색상보정 알고리즘 등 세 가지"라며 "같은 TV 제품이더라도 알파9이 탑재된 올레드 TV는 더욱 선명하고 깨끗한 화면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의 말처럼 같은 방 안에 동일한 올레드 TV가 나란히 있었지만 느껴지는 화질은 확연히 달랐다. 알파9이 적용된 제품에서 더욱 생생한 영상이 출력됐다. 화면이 밝고 선명해지니 자연히 눈의 피로도 덜해졌다. 일반적으로 TV로 들어오는 영상신호에는 잡음이 섞여 있다. 잡음은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고 압축·전송·복원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영상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알파9은 스스로 입력영상을 분석하고 잡음을 제거해 최적의 화면을 스스로 찾아낸다.
1, 2단계에서는 영상의 깨진 부분이나 잡티를 제거해주고 3, 4단계에선 영상에 등고선과 같은 밴딩 노이즈나 색상의 뭉개짐을 잡아준다. '알파9'은 스스로 영상을 분석해 주요 인물과 배경을 분리한 뒤, 각각 최적의 명암비와 채도를 찾아 값을 조정한다. 명암비와 채도 조정만으로 영상의 입체감이 살아 더욱 몰입도가 높아진다. 정교한 색상보정 알고리즘도 알파9의 경쟁력이다. LG 올레드 TV는 2017년형 올레드 TV보다 색좌표 내 기준 색상을 7배 이상 촘촘하게 나눠, 보다 정확하고 생생한 색 표현을 할 수 있다.
↑ LG전자가 연구원들이 무향실(無響室)에서 음향 주파수의 특성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전자] |
LG 디지털파크에는 TV 음질 성능을 평가하는 무향실과 청음실이 있다. 청음실에 들어가면 소리를 감상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갖춰져 있다. 마치 오페라하우스 내 콘서트홀을 연상시키는 이 공간은 LG 올레드 TV뿐 아니라 모든 LG전자의 제품들이 성능 테스트를 거쳐 가는 장소다. 같은 제품이라도 카펫이나 벽면과 TV 거리 등 실내 공간 구조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반사되기 때문에 어떤 공간에서도 최고의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 LG전자는 자체적인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청음실에서는 연구원들이 TV의 소리를 들으며 음의 왜곡과 균형을 잡아주는 튜닝을 진행한다. 청음 튜닝 작업은 5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함께 작업하며 소니에서 35년 일한 사운드 장인인 고문도 이 작업에 참여한다.
소리에 대한 사용자들의 취향이 변화하면서 최근에는 영화 시청에 적합한 실감나고 입체감 있는 소리 표현이 중요해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런 유행에 맞춰 올레드 TV와 슈퍼 울트라 HD TV에 입체음향 시스템 '돌비 애트모스'를 최초 적용했다. 애트모스 사운드는 더욱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공간감을 제공한다. 청음실에서 직접 체험해본 돌비 애트모스는 눈을 감으면 마치 소리가 들리는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했다.
청음실 다음으로 둘러본 무향실은 말 그대로 소리의 울림을 제거한 방이다. 온 사방이 흡음재로 뒤덮인 무향실에 들어서면 귀가 먹먹해진다. 이는 주변에서 반사돼 들려오는 자연스러운 소리가 흡음재에 흡수돼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듣는 소리의 80%가량은 주변 공간에 부딪혀 울리는 반사음이다. 무향실은 천장, 벽, 바닥 등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반사를 제거해 순수하게 TV에서 나오는 소리만 측정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음향 주파수의 특성을 측정해 가장 원음에 가까운 소리로 다듬는다.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소리를 빚는 것이다. 무향실과 청음실을 오가며 다듬어진 소리는 어느 공간에서는 영상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제공한다.
박종하 TV음질팀 책임연구원는 "이런 과정을 거쳐 LG의 '공간인식 사운드'가 탄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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