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국내 대기업 총수 부인이 폭언·폭행 혐의로 경찰 포토라인 앞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조사에 앞서 오전 9시 55분께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 이사장은 감청색 정장 차림으로 푸른색 스카프를 매고 금테 안경을 썼으며, 취재진을 향해 연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냔 기자들의 질문에 거듭 "죄송하다"고 답했다.
가위나 화분 등을 던진 적이 있냔 질문에는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대답했으며, 상습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를 다 받은 뒤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에게 할 말이 없냔 질문엔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하는 등 7번에 걸쳐 사과했다.
다만 피해자들을 회유하려 했냔 물음에는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14년 인천 하얏트호텔 공사현장에서 공사 관계자에게 폭언을 하고 밀치는 등 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 자택 공사 작업자와 가정부, 경비원, 수행기사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이사장에게 폭언·폭행 뿐 아니라 상해 혐의 역시 적용하고 있다. 상해죄는 폭행과 달리 신체에 직접적인 손상이 있을 때 적용된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상해죄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
운전기사 등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가위와 화분 등도 던져 상습폭행과 특수폭행 혐의 역시 적용받을 수 있다.
조 회장과 이 이사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시작해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으로 커지자 경찰은 이 이사장과 관련해 내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4일 정식 사건으로 전환해 이 이사장을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날 조사로 '땅콩 회항' 논란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이어 세 모녀가 모두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은 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한 후 이 이사장의 신병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국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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