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오늘(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와 관련해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KDI 보고서에 대한 반박 입장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논란만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KDI는 어제(4일) 최경수 선임연구위원 이름으로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2년간 최저임금을 연 15%씩 올리면 그로 인한 고용감소가 2019년 9만6천명, 2020년 14만4천명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인상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KDI 보고서에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KDI 연구원 개인의 보고서가 아닌가"라며 "공식 입장을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김의겸 대변인이나 홍장표 경제수석의 브리핑이 있었으므로 청와대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도 오늘 춘추관 브리핑에서 KDI 보고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안마다 입장을 내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며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김 대변인은 보고서를 작성한 최 선임연구위원이 오늘 오전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한 점을 언급하며 "그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달라는 말씀으로 저희 입장을 대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최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의 고용감소 전망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라면서 "(보완책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일자리 안정자금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이런 고용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각종 보완조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고용에 영향이) 거의 안 보인다는 것은 숫자로 나와 있다. 왈가왈부할 것도 없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내에서는 어제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만 해도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는 점에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맞물려 이날 오전에는 KDI 보고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일부에서 검토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그러나 대응을 자제하는 것으로 결론 냈고, 대신 "최저임금에 대해선 이미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며 기존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뜻만 내비쳤습니다.
청와대가 기재부 산하 기관과 충돌하는 듯한 모양새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청와대 경제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둘러싼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도 불거진 바 있어 청와대로서는 이런 대립구도가 한층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한
이 국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탄탄한 분석 없이, 토론에 불기운만 보태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번 KDI 분석은 그런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며 KDI의 분석이 부정확하다고 논평했습니다.
[MBN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