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고리의 '완경박스' 구성품 일부. 견과류, 장미청 등 몸에 좋은 것들과 방향제, 카드, 손수건 등이 들어있다.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월경(月經)을 완성한단 뜻이다. 흔히 '폐경'이라 말하는 과정이다. 완경은 '폐기물', '폐차' 등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폐'라는 한자 대신 긍정적인 어감을 완성한다.
완경을 겪는 갱년기 여성을 위한 선물 세트인 '완경 박스(5만9000원)'를 만들어 창업한 권예은 '달고리' 대표(27)를 지난 7일 경기도 시흥시 경기청년협업마을에서 만났다.
달고리는 지난달 10일 법인 등록을 마친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완경박스는 현재 오마이컴퍼니에서 진행 중인 3차 크라우드펀딩까지 합해 목표 주문액의 3000%를 달성, 약 7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올해 어버이날 전후엔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1주일 동안 200여 개를 팔었다.
갱년기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며 창업 아이템을 생각해 낸 권 대표는 완경박스로 지난해 열린 청년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 경험과 상금 1000만 원을 기반으로 벤처 기업을 설립하기까지 이르렀다.
- '완경박스'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3년 전 어머니가 하혈 등 극심한 갱년기 증상으로 1주일 간 입원하셨을 때 바빠서 하루밖에 가지 못했다. 나중에 어머니께선 제가 있었던 그 하루만 편하게 주무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 "갱년기도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구나"라고 생각했고 어머니같이 완경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해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완경이란 단어도 그때 처음 접했다. 그래서 완경박스가 탄생했다.
↑ 완경박스엔 갱년기 여성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글귀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갱년기 여성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위로할 수 있는 물품으로 구성했다. '누구의 엄마'로 수십 년 살아온 여성들을 다독이는 글귀를 박스와 카드 곳곳에 담았다. 심신의 안정을 돕는 왁스 태블릿 방향제와 손에 땀이 많이 나는 갱년기 여성들을 위한 손수건을 넣었다.
몸에 좋은 것들로는 에스트로젠이 풍부한 장미 청, 노박나무열매, 히비스커스, 라벤더, 그리고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견과류를 박스에 담았다.
- 어떻게 준비했나.
▷지금까지 1000명 정도 갱년기 여성을 만난 것 같다. 어머니의 친구분들부터 시작해 중년 여성이 많이 올 만한 박람회를 다니며 설문조사를 벌였다. 갱년기 증상, 받고 싶은 것 등을 물었는데 "갱년기 때 선물을 받는다고요?"라 묻는 분들이 정말 많아 가슴이 아팠다.
-고객의 반응은 어떤가?
▷주로 20~30대 여성들이 갱년기 어머니를 위해 구매하시는데 남성분들도 종종 찾으신다. 자칫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일깨워줘서 감사하단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또 완경박스를 받으신 분들이 전화하셔서 "내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 권예은 달고리 대표(27)와 완경박스. [사진 = 달고리 제공] |
▷집 근처에서 창업경진대회인 'Super Social-Venture Make 대회'가 열려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마다 참여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사업 아이템도 선정한 분들이어서 입상을 기대하진 않았는데 완경박스로 결국 1등을 했다. 창업자금으로 1000만 원을 받았는데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다니던 회사를 나와 창업에 뛰어들었다. 무엇보다 완경박스에 대한 애정이 커서 빨리 상품화하고 싶었다.
-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 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여태 누군가가 왜 완경박스를 만들지 않았을까", "혹시 실패할 아이템이라 아무도 안 한 게 아닐까?" 불안했다. 그래서 창업을 생각한 이래로 하루도 쉰 날이 없는 것 같다.
- 미래 계획은.
▷'완경파티'를 구상 중이다. 완경 여성이 완경 여성에게 힘이돼줄 수 있는 모임이다. 이름도 정했다. '완두콩(완경, 두 번째 인생, 콩그래츄레이션) 파티'다. 또 장기적으론 회사에 갱년기 여성을 고용하고 싶다. 또 초경 여성과 월경 여성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창업을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용기를
▷ 우리 모두 위태로운 촛불이다. 나 포함 또 다른 여성 기업가들이 모여 서로 도우며 모닥불이 돼 사회를 이끌어나갔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분야에서 여성 기업가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그래서 모닥불 그 이상의 불씨가 됐으면 좋겠다.
[디지털뉴스국 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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