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철강 분야 통상압박이 유럽연합(EU)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수출길이 협소해진 미국 대신 EU로 수출물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긴장의 수위는 더욱 높아진 양상입니다.
오늘(6일) 외신들은 EU가 한국을 비롯한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잠정적으로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U 회원국들이 집행위원회가 제안했던 철강제품 수입을 막기 위한 조치에 대해 곧 논의할 예정이며, 표결까지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EU가 세이프가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직접 맞닿아 있습니다.
앞서 미국이 수입산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그동안 미국으로 수출됐던 철강제품이 유럽시장으로 몰려들 것을 우려해 이를 막자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한국도 그런 전략을 세웠던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EU로의 수출량은 ▲ 1월 29만5천756t(비중 11.1%) ▲ 2월 31만2천516t(12.2%) ▲ 3월 32만7천589t(12.4%) ▲ 4월 34만2천603t(12.9%) ▲ 5월 32만7천10t(12.2%)으로 대체로 증가세였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의 수출량이 ▲ 1월 27만5천701t(10.3%) ▲ 2월 30만8천850t(12.1%) ▲ 3월 25만1천186t(9.5%) ▲ 4월 20만4천252t(7.7%) ▲ 5월 15만8천65t(5.9%)으로 대체로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특히 전체 수출량에서 이들 나라로의 수출량 비중 추이를 보면 미국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EU는 10%대를 유지하며 오히려 소폭 증가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늘 언론과의 통화에서 "국내 업체들이 미국의 대안으로 여긴 EU에 대해 수출물량을 늘려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포스코, 현대제철을 비롯한 대형 철강업체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며 구체적인 대응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세이프가드는 과거 수출량을 기준으로 쿼터를 부과하고 쿼터량 이상에 대해 관세를 적용한다"며 "따라서 쿼터량, 쿼터 소급시기 등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질 때까지 예의주시하며 여러 시나리오를 개발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촉발된 통상압박의
대(對)EU 수출량이 미미하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사실 EU의 이번 조치로 회사에 직접적 타격은 없겠지만, 미국에 연이어 나온 대응책이란 점이 걱정스럽다"면서 "미국에서 EU로, 다시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통상압박 기조가 확산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