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메드팩토가 다국적 제약사 2곳과 항암효과를 높이는 병용투여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메드팩토는 개발중인 면역항암제 '백토서팁(Vactosertib, TEW-7197)'을 MSD,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항암제와 병용 투여하는 공동 개발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메드팩토는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테라젠이텍스(대표 고진업)의 자회사다. 이번 임상에는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 분석기술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병용투여란 각각 다른 역할을 하는 항암제를 짝지어 투여함으로써 항암효과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수백 여 건의 병용투여 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 몸 속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면역항암제와 암세포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간의 짝짓기가 활발하다. 메드팩토가 개발중인 벡토서팁은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목을 받는 후보물질이다. 하나의 후보물질이 세계적인 제약사 두 곳과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벡토서팁은 가장 핫한 항암제중 하나인 MSD의 '키트루다'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더발루맙(상품명 임핀지)'의 국내 병용 투여 임상시험에 '구원투수'로 나선다.
백토서팁은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형질전환증식인자 'TGF-β'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제이다. TGF-β는 생체 내 다양한 생리과정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조절인자로 암, 면역질환, 염증질환 등 다양한 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전에 주목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면역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병용투여 후보 1순위로 꼽고 있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키트루다와의 병용 투여는 전이성 대장암 및 위암·식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 등 5개 의료기관에서 실시할 예정이며, 더발루맙과의 병용 투여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브란스병원과 국립암센터 등을 포함한 다기관에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은 메드팩토가 주관하고, MSD와 아스트라제네카는 각각 임상에 필요한 면역항암제를 제공한다. 두 임상시험 모두 제1b·2a상 단계를 연내에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약 2년에 걸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동시에 확인하게 된다.
벡토서팁은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 1상에서 우수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 효과가 없거나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말기 고형암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TGF-β 저해제 군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심장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번 병용투여 임상 외에도 다양한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검증받는다. 위암에 대한 국내 임상 1b상과 췌장암에 대한 연구자임상이 순항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골수이형성증에 대한 임상 1상과 1·2상,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연구자임상도 진행중이다.
30년 이상 TGF-β를 연구해온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벡토서팁의 면역 조절 기능이 키트루다와 더발루맙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공동연구를 계기로 TGF-β 신호 억제 물질을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가 더욱 가속화되고, 암 미세환경을 조절하는 TGF-β 신호의 중요성도 부각될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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