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신조선박들의 등급 인증 검사를 대부분 외국 선급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해운 생태계를 살리라고 지원한 정부 자금으로 외국 회사의 배를 불려준다는 비판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검사 경험이 부족한 한국선급에 전적으로 일을 맡길 수 없다는 논리가 맞붙는 것이다.
25일 조선·해운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국내 조선 빅3에 나눠 발주하는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 15척의 등급 인증검사를 영국의 로이드선급, 노르웨이의 DmV.GL, 미국의 ABS 등에 맡기는 방안을 놓고 조선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외국 선급이 주도하는 15척의 등급 인증 검사에 외국 선급들의 보조로 참여하고, 2만3000TEU(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1척과 1만4000TEU급 4척의 검사를 단독으로 맡게 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계약이 맺어지지 않았지만 지금 논의되는 방안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에 조선기자재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상선이 검사를 외국 선급에 맡기면 프로젝트 참여에 진입장벽이 생기는 데다 수익성도 악화되기 때문이다.
조선기자재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국선급으로부터 기자재 성능 인증을 받아놨는데 외국 선급이 선박 인증 검사를 주도하면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검사 수수료도 한국선급보다 비싸다"고 토로했다.
선급들은 선박을 검사할 때 조선소와 기자재업체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외국 선급이 국내 대형 조선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한국선급과 큰 차이가 없지만, 기자재업체들로부터는 한국선급보다 최대 30%를 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자재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정부 지원으로 선박을 건조하면서 외국 기업의 배를 불려준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이 발주한 20척의 선박 건조대금은 상당 부분 최근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금융지원으로 마련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대상선의 선박 발주에 대해 금융지원을 하는 것은 조선·해운 생태계를 살리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현대상선 측은 한국선급의 경험 부족을 문제삼는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던 1만4000TEU급이 한국선급이 인증 검사를 단독으로 맡은 가장 큰 선박이기 때문에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는 쪽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선박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선사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며 "2만3000TEU급 선박 중에서도 한국선급이
그러나 한국선급 측은 인증 검사 역량이 유명 선급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국선급이 국내 조선사들과 함께 개발한 선박 구조 분석 프로그램은 조선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