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기업이 현재 231개의 2.6배 규모인 607개로 대폭 늘어납니다.
담합 등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과징금은 현재의 2배로 인상되고, 공정거래위원회만 가능했던 중대 담합행위 고발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됩니다.
'경제 판사' 역할을 하는 공정위 전원회의 위원 9명 중 비상임위원 4명은 모두 상임위원으로 전환됩니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오늘(26일)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의견 수렴과 국무회의를 거쳐 11월 정기국회에 제출됩니다.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은 27차례에 걸쳐 일부 수정됐지만, 전면 개정 시도는 38년 만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고도성장기에 제정한 공정거래법 규제 틀로는 변화한 경제여건과 공정경제·혁신성장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전면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개정안은 크게 ▲ 법 집행 체계 개편 ▲ 대기업집단시책 개편 ▲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 ▲ 법집행 신뢰성 등 네 개 분야로 구성됐습니다.
개정안은 법 위반 억지력과 피해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형사·민사·행정 등으로 법 집행 체계를 합리화했습니다.
개정안은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권리인 '전속고발권'을 가격과 입찰 담합과 같은 경성담합 분야에서는 폐지했습니다.
또 '갑질' 등 불공정거래행위 피해자가 공정위의 신고나 처분 없이도 법원에 행위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명시했습니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상한은 현재의 2배로 높였습니다. 관련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정한 유형별 과징금의 상한은 담합이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은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올렸습니다.
공정위는 재벌개혁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지속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경직적 사전 규제와 과잉규제를 개정안에서 되도록 배제했습니다.
재벌이 경영권 승계 '꼼수'를 목적으로 악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했습니다.
다만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합니다.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이 됩니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기업은 231개에서 607개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개정안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규정도 담겼습니다.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이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쉽도록 자회사 지분보유 비율을 완화하는 등 요건을 낮춥니다.
인수·합병(M&A) 때 자산총액·매출액이 신고기준(300억원)보다 낮아도 인수 가액이 크면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제도를 바꿉니다.
거대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이 합병할 때 국내 매출액이 작아 국내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공정위의 분석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위 산하 기관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연구 업무를 할 수 있는 근거도 개정안에 담겼습니다.
개정안은 공정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절차적 투명성도 확보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공정위가 조사한 사건의 처분을 결정하는 9인 전원회의 위원 중 겸직인 비상임위원 4명을 상임위원으로 바꾸며 책임성을 높입니다.
4명은 대한변호사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소비자단체협의회가 각각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로 채웁니다.
공정위 조사권한 남용을 방지하고자 사건 처분시효를 최장 12년에서 7년으로 단축합니다.
공정위 사무처의 심사보고서가 위원회에 상정된 후에는 현장조사나 피심인 진술 청취도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현재 고시에 규
김상조 위원장은 "이해관계자 등 국민 의견을 경청해 정부 안을 더욱 합리적으로 다듬어 가겠다"면서 "국회에서 충실한 심의를 거쳐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는 21세기 한국 경쟁법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