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기혼여성을 말하는 소사를 붙여 이소사, 김소사라 하며 이름도 없이 발표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이 있습니다.
여성들도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한 '여권통문'이 120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혁준 기자입니다.
【 기자 】
어찌하여 일향 귀먹고 눈먼 병신 모양으로 구습에만 빠져 있나뇨
그 학문과 지식이 사나이와 못지아니한 고로 권리도 일반이니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리오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인 '여권통문'입니다.
일주일 뒤 황성신문에 전문이 실렸는데, 신문은 '하도 놀랍고 신기하야'라며 소식을 전했습니다.
여권통문은 1840년대 미국 최초로 여성참정권을 요구한 세네카폴즈 집회와 비교할만한데,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전을 통해 재조명됐습니다.
▶ 스탠딩 : 이혁준 / 기자
- "120년 전 여권통문을 선언했던 자리에는 한 시중은행이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장소가 최근에야 밝혀져 아직 아무런 표지도 없습니다."
여권통문은 민족자본으로 세운 첫 여학교인 순성여학교 설립으로 이어졌고, 여성 교육은 단체 활동과 잡지 편찬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지난 2017년, 육사 졸업생 1, 2, 3등을 모두 여성이 차지한 사건은 교육 부문에서 여성의 높아진 지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계는 아직 미완이라고 말합니다.
▶ 인터뷰 : 정현백 / 여성가족부 장관
- "남성과 여성 사이의 임금격차, 많은 여성들이 결혼 후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이런 현실 속에서 노동에서도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여기에 성폭력에 침묵했던 여성들의 미투운동까지 여권통문에서 외친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를 우리 사회가 다시 물어야 할 때입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영상취재: 김영호 기자, 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