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죽음과 관련해 환자와 일반인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첫째로 꼽았고 가족들은 '가족이나 의미있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에 대한 부담감, 가족 존재 여부, 주변정리 등 세 요소가 의사를 제외한 그룹 2/3 이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간주됐지만 의사들은 '지금까지 삶이 의미있게 생각되는 것'이 첫번째였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팀이 오는 13일 '호스피스의 날'이자 '세계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을 앞두고 환자와 그 가족, 의사와 일반인 각각 약 1000명씩 4,176명을 대상으로 10가지 '좋은 죽음'을 설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회지 '종양 지지치료(Supportive Care in Cancer)' 10월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은 좋은 죽음으로 '통증으로부터 해방', '영적인 안녕상태'를 중요시 했다. 일본은 '신체적, 정신적 편안함', '희망하는 곳에서 임종'을 우선 순위로 꼽았으며 영국은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 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어 가는 것' 등 4가지를 좋은 죽음으로 정의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죽음에 대한 가치가 문화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구에서는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가 우선 순위다. 많은 환자들이 삶의 끝에 심한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족을 중요시한다.
2004년 같은 주제로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조사가 있다. '가족에게 부담주지 않는 것', '가족이나 의미있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과 같이 가족 관계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중요도는 줄었다. '주변 정리', '통증 완화', '의미 있는 삶'의 비중이 늘었다. 서구처럼 개인적 차원을 우선시 하는 생각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의학 발전으로 생명 연장이 가능해졌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좋은 죽음은 의학의 중요한 목표로 인식되고 있으며, 완화와 임종 돌봄에 필수적이다. 환자의 삶 마지막 과정에서 좋은 죽음을 위한 노력은 의사와 가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가치 있는 일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의학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학과 심리학 분야에서도 좋은 죽음을 탐구해 왔다.
이제 우리 사회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좋은 죽음의 목표를 세우고 그에 걸맞은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정책과 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영호 교수는 "이 연구에 나타났듯 환자가 임종시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함께 머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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