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린 배경에 박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제기에 " 금리인하를 협의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KBS의 '"조선이 세게 도와줘"…朴 정부, 한은 금리 인하에도 개입' 보도와 관련 '정부와 청와대, 보수언론의 금리인하 압박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어제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금리에 관해서는 안종범 전 수석하고 논의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KBS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가 한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보수언론에 기사 청탁을 한 정황이 담긴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문자 메시지를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금리 인하 직전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과 정찬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문제를 사전 논의한 사실이 안 수석 휴대전화에 남아있었다. 2015년 2월 정 부위원장은 안 수석에게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다"면서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주기로 했고, 관련 자료를 이모 씨에게 이미 넘겼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이었고 이모 씨는 같은 신문의 경제부 기자였다. 조선일보는 이모 기자 바이라인으로 2015년 3월 2일과 3일에 걸쳐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한은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가 나가자마자 정 부위원장은 "조선이 약속대로 세게 도와줬으니 서별관 회의에서 한은이 금리를 50bp, 즉 0.50%포인트 내리도록 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안 수석에게 다시 보냈다.
한은은 공교롭게도 이들의 대화가 오간 직후 2015년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기준금리를 1%대로 내리고 석 달 뒤 다시 0.25%를 추가로 낮췄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되돌아보면 그때 경기는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수출이 그야말로 사상 처음 2개월 연속 감소하고…"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그 당시 2015년 2월과 3월에는 서별관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며 "한은에서는 참석을 한 적이 없다. 금리인하를 협의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압박을 받아서 금리를 조정할 만큼 금융통화위원회가 운영되지는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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