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발생 책임을 사업주에게 과도하게 전가한다는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3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보완을 촉구했다.
경총은 이날 전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되자 이 같은 취지의 경영계 입장을 발표하고 "사업주 책임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처벌하는 규정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현행 법령 상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처벌기준인 '7년 이하 징역'도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5년 이하의 금고)보다 높은 편"이라며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도 이미 최고수준인 상황에서 전부개정안은 '10년 이하 징역'으로 형량을 더 높여 과잉처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화학물질 정보(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고용부에 제출해 심사받도록 한 데 대해 "산재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현행 법령은 화학물질을 공급하거나 사용하는 업체는 '산재' 근로자 측에 공개되는 MSDS를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전부개정안은 기업들이 사전심사제에 따라 정보공개 때 비공개 처리를 원하는 '영업비밀'에 대해 미리 고용부에 화학물질 정보를 신고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사용하는 재료 중에는 수입하는 품목이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핵심재료인 '감광액'을 공급하는 유럽 업체 A사의 경우 자사 감광액에 들어간 화학성분과 함유량을 국내 반도체 업체에 알려주고, 이 업체는 관련 내용을 고용부에 그대로 신고해야 한다.
유럽 A사 입장에서는 감광액과 관련한 자사 '제조비법'을 한국에 모두 공개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해외 고객사가 자사 물질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국내 업체에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라며 "과도한
경총을 비롯해 재계 단체는 이번 전부개정안이 금주 중 국회 상임위(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되면 향후 입법공청회와 법안심사 과정에서 산업계의 이 같은 염려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재철 기자 / 황순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