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이하 현지시각) 중남미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브라질·멕시코에서 금융시장이 '대통령 변수'로 일제히 하락세를 그었다. 같은 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장 대비 브라질 헤알화는 1.39%, 보베스파 지수는 2.24% 내려갔다. 멕시코는 페소화가 1.46%, 멕스볼 지수가 4.20% 급락했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아르헨티나와 더불어 경제규모 투톱(two top)으로 꼽힌다. 멕시코는 중미 경제대국으로 통한다. 다만 브라질 금융시장은 극우파 대통령 당선으로 대선 기대감과 불확실성이 동시에 조정된 결과인 반면, 멕시코는 온건 좌파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 불확실성이 불거진 탓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 시장 분위기가 다르다.
브라질 금융시장은 28일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친(親)시장주의 노선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가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통화인 헤알화와 증시 보베스파 지수가 일제히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 외환시장에선 대선 2차 결선투표가 임박한 이달 16일 통화 가치가 달러당 3.64헤알까지 올랐지만 28일 3.70헤알로 떨어진 후 29일 3.71헤알로 장을 마쳤다.
증시도 덩달아 떨어졌다. 대선 결과가 나온 후 상파울루 증시에서 보베스파 지수는 28일 85719.87을 기록했다가 국영 에너지 업체·국영은행 주식 하락세 속에 29일 83796.71로 내려갔다.
같은 날 멕시코에선 온건 좌파로 통하는 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자가 130억 달러 규모(우리돈 14조 6000억여원) '텍스코코 새 공항건설 프로젝트 중단' 국민투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멕시코 페소화와 증시 멕스볼 지수가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2016년은 미국 대선이 치러지던 시기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공약이 멕시코 경제 리스크로 떠오른 바 있다.
29일 멕시코 외환시장에선 하루 전까지만 해도 달러당 19선을 지키던 페소화가 20.09으로 마감했다. 페소화가 달러당 20을 넘은 적은 손에 꼽힌다. 작년1~2월과 올해 6월정도가 대표적이다. 올해 6월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미국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바꾸기 위해 멕시코에도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을 부과하던 시기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온 이민자 가정에 대해 부모·자녀 격리 정책도 시행했다.
앞서 작년 1월에는 페소화가 달러당 21.9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하자마자 반(反)이민 정책으로서 이라크·시리아·예멘 일대 이슬람권 국적자들의 미국 여행을 금지하는 '트래블 밴'(Travel Ban) 행정명령을 낸 시기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대해서도 국경장벽을 세운다고 압박하면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멕시코가 빼앗아가게 만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개정해야 한다"고 공격한 바 있다.
29일 멕시코 증시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멕스볼 지수는 하루새 4.20%떨어져 29일 43879.13에 마감했다. 2016년 1~2월 다음으로 최저치다.
우연히 같은 날 두 나라 금융시장이 고전했지만 앞날에 대한 분석은 다르다. 글로벌 금융권에선 브라질 시장이 대선 이벤트 조정국면이지만 기대감이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서 경제 수장이 될 파울루 게지스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정책을 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을 대표하는 '시카고 학파'로서 브라질 투자은행을 공동창업했던 게지스는 2020년 재정수지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는 공무원 감축·공기업 민영화 뿐아니라 연금·조세 개혁, 감세를 통한 투자 유치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멕시코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자가 신공항 건설 반대를 시작으로 정책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암로(AMLO)'라는 애칭이 붙은 그는 오는 12월 1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데 온건·실용적인 정책을 펼 거라는 기대와 다르게 후보 시절처럼 '좌파 트럼프'혹은 '멕시코의 차베스'같은 과격한 정책을 낼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29일 스페인계 투자은행인 비비브이에이(BBVA)는 "거대 규모 공항 건설 프로젝트 백지화 결정이 이뤄진 여파로 멕시코 중앙은행이 현재 연 7.75%수준인 정책금리를 올려야 하는 압박이 생길 것"이라고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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