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서울 가로수길 신사동에 위치한 패션 브랜드 메종키츠네 매장에는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로 붐볐다. 매장 1층에 있는 카페에는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로 빈 자리가 없었다. 숲속을 연상시키는 입구에는 독특한 컨셉의 매장을 사진에 담으러는 이들이 많았다. 같은 날 가로수길을 찾은 중국인 후이밍 린씨는 "과거에는 한국을 방문하면 서울 명동부터 찾았는데 이제는 가로수길을 찾는다"며 "이곳에는 개성 있는 매장이 많은데다가 명동과 달리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침체 일로를 걷던 서울 가로수길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10년 전후 서울 최고의 상권으로 통하던 가로수길이 침체기에서 벗어나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패션·뷰티에 국한됐던 매장들도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 매장, 레스토랑, 쇼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5일 삼성패션연구소는 '가로수길'을 재조명해서 뜨는 요인을 6가지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새로운 경험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를 겨냥한 매장을 가로수길의 부활 요인으로 꼽고 있다.
◆Gourmet Bakery: 명소가 되는 빵집들
세로수길에 개성있는 베이커리가 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아우어베이커리'의 경우, 더티초코, 누텔라 바나나 등 독특한 메뉴로 뜨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비파티세리'는 퀸아망이 시그니처 메뉴로, '르 사이트'는 다양한 필링을 넣은 독특한 크루아상으로 주목을 받는 빵집이다.
◆Age of the Path: 골목의 시대
올해 가로수길에 오픈한 매장을 보면, 메인도로보다 이면도로인 골목길 진출이 더 활발했다. 기존의 낡은 건물을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개성있는 공간으로 인기를 끈 것이다. 이곳에는 '브룩스 러닝' '그라니트' '도산분식' 등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식음료 등 매장도 다양하다. 기존의 뷰티·패션 일색의 매장에서 벗어난 활력이 더하고 있다.
◆Rediscovery of Hidden Stores: 숨겨진 매장의 재발견
간판 및 매장 입구가 눈에 띄지 않은 곳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부상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메종키츠네'는 매장 입구에 고요한 분위기의 대나무숲을 연출했고, 뷰티 브랜드 '헉슬리'는 갤러리 컨셉을 살린 이색적인 매장을 구성했다. 또 지난달 오픈한 스웨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그라니트'는 골목 안 가정집을 개조하는 방식으로 '집'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쇼핑이 가능토록 디자인했다. '르시뜨피존', '배럴즈', 'ETC서울' 등은 간판이나 표식을 최소화했다..
◆Offering F&B for Fashion: 식음료 결합한 패션 리테일
식음료(F&B)공간을 결합한 매장이 늘어나는 점도 주목할 만한다. 최근 오픈한 '메종키츠네'는 패션·음악·카페를 혼합한 독특한 문화 공간이다. 캐주얼 편집숍 배럴즈는 일본식 샌드위치 타마고산도로 유명한 '마빈스탠드'가, 지난달 문을 연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 매장 '그라니트' 지하 1층에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아러바우트'가 입점했다.
◆Showroom of New Lifestyle: 새로운 삶의 방식
인테리어 소품을 다루는 라이프 스타일 매장은 주로 나로수길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최근 북유럽 감성을 담은 브랜드 및 국내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소개하는 편집숍이 확대되고 있다. 그라니트는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자연친화적, 재활용 상품으로 밀레니얼 세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Upgraded Sports Platform: 스포츠 교류 플랫폼
스포츠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체험형 커뮤니티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브룩스러닝은 매주 화요일 러닝 자세 교정 프로그램 '폼드릴'을 진행하는 등 러너들을 위한 모임 공간을 제공한다. 또 '언더아머'는 매주 트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한동안 주춤했던 가로수길이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등 트렌디한 콘텐츠로 활력을 띄고 있다" 라며 "밀레니얼의 취향과 이목을 사로잡는 브랜드가 미래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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