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이 동물실험 결과 뇌의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손상된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뇌 염증은 치매와 같은 뇌신경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한국 뇌연구원(KIBS) 허향숙 연구팀과 휴한의원네트워크는 한약 '육미지황탕'에 녹용 등의 한약재를 가미해 만든 신물질인 'ALWPs'가 뇌세포의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손상된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 인 에이징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Impact Factor 4.5, 2017년 기준)'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휴한의원네트워크 치료한약 ALWPs는 숙지황, 산수유, 복령 등으로 구성된 전통 한약 처방 육미지황탕을 바탕으로 녹용, 구기자, 석창포 등을 가미하여 조제됐다.
연구팀은 쥐에게 뇌 염증 유발 물질을 투여한 후, 처치를 하지 않은 대조군과 매일 한차례씩 치료한약인 'ALWPs'를 주입한 실험군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고차원적인 사고를 주관하는 대뇌피질과 기억력을 주관하는 해마 모두에서 신물질 ALWPs는 뇌 염증 반응을 정상에 가깝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어 뇌 염증 유발 물질로 인해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저하된 쥐에게 ALWPs를 투여해 쥐의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Y-미로 및 NOR 검사를 실험한 결과, 뇌 염증이 유발된 쥐는 정상 쥐에 비해 40% 가량 수행 능력이 저하되었지만, ALWPs를 투여한 결과 수행 능력이 다시 정상으로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Y-미로 검사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쥐의 습성을 이용해 쥐가 세 갈래 길에서 얼마나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주로 단기기억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며 이번 실험에서는 세 갈래 길에 쥐를 3분 동안 놓아두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했다. NOR(신물질탐색) 검사는 익숙한 물체보다 새로운 물체를 좋아하는 쥐의 습성을 이용해 학습능력과 장기기억력을 평가하는 실험이다. 쥐가 전날 본 물체와 새로운 물체를 놓아두고 전날 본 물체를 기억해 새로운 물체로 향하는 빈도를 측정했다. 뇌 염증이 유발된 쥐는 정상 쥐에 비해 35% 가량 수행 능력이 저하되었지만 ALWPs를 투여한 결과 수행 능력이 다시 정상으로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 밖에도 ALWPs가 뇌 염증을 억제하는 다양한 기전(상황)이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는데, 뇌 염증 관련 물질인 IL-1β, TLR4, FAK, NF-κB 등을 모두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치료한약인 ALWPs가 뇌 염증을 억제하고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개선하는 효과는 파킨슨병, 치매를 비롯한 뇌신경질환의 예방 및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우울증,
허향숙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ALWPs는 뇌염증으로 유도된 기억력 퇴화를 회복시킴으로써, 뇌염증으로 인한 질환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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