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라켓을 휘두르는 사람들의 복장이 예사롭지 않다. 쫙 달라 붙은 레깅스에 배꼽이 보일 듯 말 듯한 탱크 톱을 입었다. 선글라스를 꼈으며 왁스로 한껏 세운 헤어스타일이 돋보인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케이스위스에서 운영하는 테니스클럽 'KTC' 크루(crew·팀원)들의 '흔한' 모습이다.
"단순히 테니스만 배우려고 오는 게 아니에요.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이들이 많아요. 자기가 원하는 복장을 편하게 입고, 즐기고,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교류까지 하니 테니스 칠 맛 나죠."
이건우(사진·35) 케이스위스 브랜드 매니저(BM)는 케이스위스의 테니스클럽(KTC)에 소개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즘 테니스 크루들 사이 가장 핫한 동호회인 KTC를 꾸려 운영하는 일을 맡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테니스 동호회이자 '훈남훈녀'들이 많이 모인다고 소문이 난 KTC. "크루들이 거의 연예인급 수준"이란 얘기가 돌 정도로 유명해진 비결을 이씨를 통해 들어봤다.
"KTC의 인기는 SNS 상에서 자신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와 맞물려 있어요. KTC가 인스타그램에서부터 큰 인기를 얻었거든요. 10대부터 30대까지 SNS에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게 이젠 흔한 놀이잖아요. 그런데 과거엔 자신이 뭘 먹고, 어디 가는지를 찍어서 올리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자기가 무엇을 경험했는지 그 '경험'을 보여주는 게 상당히 중요해요."
↑ [사진출처 = 케이스위스 공식 인스타그램] |
"테니스를 잘 배울 수 있어서 인기"란 원론적인 대답이 아니었다. SNS 열풍에 최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까지 맞물리면서 KTC의 인기는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씨의 말이 왠지 귀에 더 잘 들어왔다.
실제로 KTC는 '인생샷'을 찍어주는 동호회로도 유명하다. 테니스를 배우는 동안 사진 전문가가 따로 사진을 찍어주는데 그 사진이 그야말로 예술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운동한 경험을 SNS 올리려는 이들에게 예술 사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콘텐츠가 된다.
그는 케이스위스만의 테니스 정통을 이어가자는 회사 목표에 따라 지난 해 3월 KTC를 꾸렸다. 케이스위스는 세계 최초의 가죽 테니스화인 클래식 코트스타일을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첫 선을 보였을 만큼 테니스화로 유명한 브랜드다.
하지만 2030세대에게는 그만큼 잘 알려지지 못한 게 사실. 이 씨가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초중등학생시절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다. 누구보다 테니스에 대한 애정이 크다보니 테니스가 예전처럼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테니스가) 신체의 극한을 다루는 엘리트 스포츠에서 벗어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하나의 놀이로써 말이에요. 테니스에선 격식과 관습이 중요한데,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브랜드 매니저로서 그 간극을 줄여야 2030세대들에게 어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복장의 자유가 그 노력의 일환이었다. 테니스를 칠 때 여자는 항상 스커트를 입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남자들도 선글라스를 낄 수 없고, 머리에 왁스도 바르면 안 된다. 그러나 KTC에서는 이같은 편견을 깼고, 모든 것을 가능케 했다.
"회사 선배들은 물론 테니스 선수들 사이에서도 질타가 쏟아졌어요. 테니스는 스포츠 경기 중에서도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편인데, 그 격식이나 관습을 과감히 깨고 한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죠. 하물며 상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조직 내 회의적인 시선에도 그는 확신을 갖고 SNS상에서 최선을 다해 홍보했다. '목숨' 걸고 하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놀이나 레저를 즐기듯 자유롭게 하는 스포츠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결과는 대박. 최근 KTC 크루로 90명을 모집 하는데 1000여명 가까이 지원자가 몰렸다. 재수는 기본, 삼수까지 기꺼이 하며 KTC의 문을 두드리는 지원자들이 줄을 잇는다.
"내부적으로 많이 고무가 됐어요. 지금까지 KTC를 거쳐간 크루들이 450여명 정도 되는데 이들을 통해 계속해서 케이스위스가 가진 정통 테니스 브랜드 이미지가 회자되고 있으니까요. 케이스위스가 스포츠 브랜드 중에선 유일하게 테니스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각인시켰잖아요(웃음). 트렌드적으로나 브랜딩적으로도 분명 성공적이란 평가에요."
중학생 시절 테니스 선수로서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을 몸소 체험한 그는 이같은 '바이럴 마케팅'의 힘을 믿는다. 당시 60여개 팀이 참여한 전국테니스대회 단체전에서 그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처음엔 부산에서 온 시골뜨기 선수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물며 이들이 신은 신발은 유명 브랜드도 아니어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준우승을 하자 주변 시선이 달라졌다. 이씨 팀이 신고 온 부산 지역에서 만든 신발은 일약 스타가 됐다. "저 신발 신고 저렇게 잘 뛴거야?"
"그 때 저희 신발 브랜드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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