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력 제조업 중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한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의 내년도 산업 업황이 부진하거나 불투명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2019년 산업 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도 국내 제조업의 기상도를 이같이 예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 등 산업별 전문가들이 반도체와 자동차·자동차부품, 조선·기계, 전자·전기, 철강, 석유화학 등 6개 주력 제조업과 건설업의 내년도 전망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주력 제조업의 판도를 '3약 2중 1강'으로 점쳤다. 전자·전기만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와 조선은 실적이 불투명하고, 자동차·철강·석유화학은 부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업종별 전망을 보면 반도체의 경우 D램은 수급이 개선되지만 낸드플래시는 공급 과잉을 면치 못할 것으로 관측됐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와 수출 물량 제한 가능성, 리콜 등 품질비용의 증가 추세, 중국 시장 부진에 따른 장기 저성장 기조 지속 등으로 업황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호조세를 보이던 석유화학도 업황 악화가 예상됐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북미 천연가스 기반 화학설비(ECC) 신·증설 등 공급 증가 요인이 맞물리며 업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가의 하향 안정화에 따라 원료가격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철강은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감산정책,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촉발된 2016년부터의 철강경기 호황 사이클이 올해 일단락되면서 내년부터는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와 조선업종의 내년도 경기전망은 자동차 등 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됐다. 반도체는 D램의 경우 최근 현물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에는 신규 스마트폰 출시, 리니지2M 등 고사양 모바일 게임 출시 본격화, 프리미엄 노트북 수요 강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따라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기존의 공격적인 설비증설 영향으로 2019~2021년에 걸쳐 공급과잉이 이어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대한 반독점 규제 적용 여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의 조사 가능성 등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업종을 분석한 김현 팀장은 "중국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국제해사기구(IMO) 2020'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 발주 등의 호재가 있지만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확대하고 있는 해양생산설비 입찰을 중국, 싱가포르, 노르웨이 등의 업체가 수주하면서 국내 조선사 경쟁력이 약화한 점은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자·전기는 주력 제조업 중 유일하게 경기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배터리와 멀티카메라를 중심으로 실적 성장세 지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증가에 따른 판매가 인상 가능성, 테슬라 모델3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확산과 전장화 추세 확대, 배터리 원자재 가격 하락 등도 긍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배상근 전경련
[강두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