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기간 친지 방문과 해외 여행 등으로 각종 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질병관리본부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설 연휴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안내와 예방 수칙을 알렸다.
명절에는 친지 간 음식 공동섭취나 식품 관리 소홀, 사람 간 접촉 증가로 인해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과 인플루엔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겨울철에서 이듬해 초봄까지 많이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설사나 복통, 미열 등의 증상을 낸다. 지난해 11월 중순 발령된 인플루엔자(독감)는 12월 말 유행 정점을 찍은 후 최근까지 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본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 섭취를 주의하고 30초 이상 비누로 손을 씻거나 음식 익혀 먹기 등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여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질병으로는 홍역과 세균성이질, 모기매개 감염병(말라리아·지카바이러스감염증·뎅기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이 꼽힌다. 지난해 해외 유입을 통한 법정 감염병 신고건수는 672건으로 2017년 529건보다 27% 증가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홍역의 경우 베트남과 필리핀 등 아시아와 이탈리아·프랑스·그리스 등 유럽에서 2017년 이후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2월 이후 최근까지 40명의 홍역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홍역 예방접종(MMR)을 2회 완료하지 않았거나 홍역 유행국가 여행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국내 유행 가능성은 낮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한국은 예방접종률이 높아 국내에서 대규모 홍역 유행 가능성은 낮지만 해외 유입으로 인한 산발적인 발생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역 유행국가 여행 시 1968년 이후 출생한 성인 가운데 특히 20~30대는 면역 증거가 없는 경우 출국 전에 최소 1회의 홍역 예방접종을 맞는 게 좋다. 면역 증거는 과거 홍역을 앓은 적이 있거나 홍역 예방접종 2회 접종기록, 홍역 항체검사 양성 등이다. 6~11개월 영아도 출국 전 1회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
최근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여행객에게서 장티푸스와 세균성이질 등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해외유입 감염병 중 장티푸스 100명, 세균성이질 162명,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18명 등으로 나타났다.
모기매개 감염병의 경우 인도네시아 등에서 뎅기열이 급증하고 있고 지카바이러스감염증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임신부의 경우 지카바이러스감염증 유행국가 여행을 연기하는 게 좋다"며 "이들 국가 여행자는 귀국 후 남녀 모두 6개월 간 임신을 연기하는 것도 권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카바이러스감염증 발생 국가는 아시아에서 몰디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2개국, 중남미 48개국, 아프리카 12
질본은 설 연휴인 다음달 2~6일 국내 감염병 집단 발생에 대비해 전국 보건기관과 24시간 비상방역 대응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전국 13개 국립검역소는 연휴 기간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해외 감염병 예방·주의를 안내하는 홍보 캠페인도 벌인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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