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 조사, 일명 예타는 대규모 국가 예산을 투입할 만한 사업이냐 아니냐를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죠.
들으신 대로 예타 조사를 면제할 23개 사업이 발표됐습니다.
경제부 정주영 기자와 조금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이번 발표를 보니까 수도권은 예타 면제가 거의 안 됐고, 지방만 해 줬네요?
【 기자 】
잘 보셨습니다.
방점이 국가균형발전에 찍혔는데요, 말씀대로 수도권과 지방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원칙적으로 제외가 됐고, 도봉산 포천선 같은 낙후된 접경지역 일부만 예타 면제가 됐습니다.
지역은 축제 분위기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물류망 사업에 10조 9천억 원이 투입되고요.
지역 산업을 뒷받침할 도로와 철도 인프라 확충 사업도 5조 7천억 원에 달합니다.
특히 극심한 산업 부진에 빠진 거제와 통영, 울산, 군산, 목포가 우선 고려됐습니다.
【 질문 1-2 】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은 제외라는데, 도봉이나 포천 같은 곳은 특별히 더 낙후돼서 끼워줬다고 하면 다른 수도권 낙후 지역도 불만이 있을텐데요?
【 기자 】
도봉산 포천선은 1조 원 규모 사업인데요.
북한 접경 지역이라, 남북 관계 개선 등의 상황을 고려해 예타가 면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역엔 군부대가 많고, 경기 남부보다 발전이 더뎠던 것도 사실이죠.
신분당선 수원 호매실 연장이 포천보다 더 시급하지는 않다는 결론이 나온 것 같습니다.
당연히 수원 시민들은 불만이 큰 상태입니다.
【 질문 2 】
그런데 예타를 면제하면 국가 예산이 낭비되는 게 아닌가요?
【 기자 】
아니라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일각에선 이웃나라 일본처럼, 예타를 면제하고 인프라 사업에 몰두했다가 '다람쥐 도로'가 대거 양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데요.
'다람쥐 도로'는 차가 아닌 다람쥐만 다니는 도로로, 쓸데없이 예산을 썼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예타 면제는 예산 낭비가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의 밑거름이라는 입장입니다.
【 질문 2-2 】
하지만 남부내륙철도 건설 같은 경우, 과거 예타를 못 통과했던 사업 아닙니까. 이런 건 어떻게 설명하죠?
【 기자 】
말씀대로 김천과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울산 외곽순환도로,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 모두 과거 예타의 문턱을 못 넘었었죠.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정책적 판단을 했다는 입장입니다.
관광 수요나 주말 수요,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예타 면제가 부적절하다고 문제 삼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 질문 3 】
예타 면제 사업 가운데, 너무 많이 나간 사업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 기자 】
전북의 새만금 국제공항이 바로 그렇습니다.
8천억 원을 투입해서 전북 지역의 글로벌 비즈니스 국제공항을 조성하겠다는 건데요.
아시다시피 새만금은 아직 허허벌판이잖아요.
취지는 좋지만, 개항 이후 매년 적자인 양양국제공항처럼 자칫 세금 먹는 하마가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겁니다.
【 질문 4 】
인천 송도와 경기 남양주를 잇는 GTX-B 노선처럼, 큰 관심을 끌었던 사업들이 줄줄이 탈락했어요.
주민들 불만도 크던데, 이런 사업은 폐기되나요?
【 기자 】
탈락한 사업들이 폐기되는 건 아닙니다.
GTX-B 노선, 계양~강화 고속도로는 올해 안에 예타 완료를 추진하고요, 서울 동부간선도로 확장, 신분당선 수원 호매실 연장 사업 역시 예타를 거쳐야 합니다.
지자체의 의지가 강한 사업들인데요.
결국, 예타를 통과해야만 사업이 추진될 수 있어서 최소 수년의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 질문 5 】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달리, 대규모 SOC 투자를 통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띄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잖아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 목표가 경기 부양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균형발전을도모하기 위한 것이란 게 홍남기 부총리의 설명입니다.
당장의 경기 부양이 아니라 좀 멀리 보고 있다, 지역의 균형발전도 굉장히 중요한 국정의 방향이다 이렇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 질문 6 】
이번 예타 면제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규모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정비 사업, 예타를 제대로 안 거치고 22조 원의 공사비가 들어갔고 이번에 발표된 예타 면제 사업이 24조 원이니까 규모가 엇비슷합니다.
오늘 발표장에서는 4대강 예타 면제를 반대했던 문재인 정부가 '내로남불'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는데요.
홍 부총리는 4대강 사업과는 사업 내용과 추진 방식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인터뷰 : 홍남기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그(4대강) 사업에 대한 공과·평가는 이미 여러 절차에 걸쳐서 제시가 됐기 때문에 저는 제가 추가적으로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예타 면제 사업이 곧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철도, 도로 사업이 올해 예산으로 기본계획을 세우는 등 예타 면제 사업은 오는 2029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됩니다.
【 앵커멘트 】
정부가 공공사업 예산을 확대하는 건 경기 부양 측면에서는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선심성 퍼주기'라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은 만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예타 면제의 기본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경제부 정주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