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의 시황 악화 국면에서 업계 빅2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에틸렌 생산설비 확대에 주력해온 롯데케미칼의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인데 비해 전기차 시장 확장 기대감에 LG화학은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8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은 한 결과 2조6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 2012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뒤 사상 최대 규모다. 이에 LG화학은 계획을 수정해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확정금리는 오는 12일 최종 결정될 예정인데, 개별민평금리보다 0.01~0.7%p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호영 LG화학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는 "이번 회사채의 성공적 발행은 투자자들이 LG화학의 안정적인 재무 현황과 미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도 사업구조 고도화를 적극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 대박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성장성에 시장 참가자들이 반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도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여수 납사분해설비(NCC) 증설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2016~2017년 LG화학을 제치고 화학업계 영업이익 1위를 달리던 롯데케미칼은 화학 시황이 꺾이면서 추락했다. 우선 작년 1조96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화학업계 영업이익 1위 자리를 2년만에 LG화학(2조2461억원)에 내줬다. 배터리와 레드·그린 바이오 등에 분산투자한 LG화학과 달리 화학사업에 집중한 결과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미국 등에 잇따라 화학 소재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원유생산 부산물인 납사를 분해해 화학 소재를 만드는 NCC를 신증설하는 데 더해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하는 ECC도 운영(우즈베키스탄)·건설(북미) 중이다.
그러나 지난 3~4년간의 화학 시황 확장 국면이 끝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롯데케미칼은 최근 증권가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11% 낮춘 3794억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 4년간 롯데케미칼의 실적 개선을 견인해온 에틸렌 스프레드가 4분기에 저점을 기록한 뒤 가파른 반등에 성공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하락 압력이 다시금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된 뒤 미국의 중국향 플라스틱 수출 증가 예상 ▲에틸렌의 주요 다운스트림(에틸렌을 원료로 만드는 플라스틱 제품) 마진 축소로 인한 가동률 하락에 따른 에틸렌 수요 감소 ▲미국에서의 신증설 지속에 따른 아시아향 수출 증가 등을 꼽았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올해 증설되는 에틸렌 생산 설비 규모가 연산 10만t으로 여전히 과도하다"며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폴리에틸렌(PE) 및 모노에틸렌글리콜(MEG)의 스프레드(화학제품의 수익성 지표) 개선 폭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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