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항공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한진칼 의결권 관련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그레이스홀딩스가 제안한 안건에 모두 '반대'로 투표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한진칼 주총은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으며, 한진칼이 최대주주인 대한항공과 (주)한진의 주총은 이보다 앞선 이달 27일이다.
ISS는 전세계 주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 후 1700여개 대형 기관투자자에게 찬반 의견을 제시한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국부펀드 등이 ISS 보고서를 참고해 안건의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
ISS는 그레이스홀딩스의 주주 제안에 대해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면서 "추천한 후보가 회사 발전 및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단 설득력이 부족하고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수준인 만큼 합리적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세운 투자목적회사로 한진칼 지분 12%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다. 한진 지분도 8%를 갖고 있으며, 대한항공 지분은 없다.
KCGI는 지난해 11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지배구조개선을 목표로 한진그룹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엔 사외이사 2명과 외부 전문가 3인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으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립해 임원 평가와 보상 체계를 정립하고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 도입을 요구하는 등 사외이사를 통한 영향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일반직원으로 구성된 상설협의체를 조직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방안을 제안했으며, 기업가치를 이유로 칼호텔네트워크와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왕산마리나에 대한 재검토도 요청했다. 이어, 이사의 보수 한도 총액을 기존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 안건을 제안했다.
이 같은 KCGI 요구에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주주제안 자격 여부를 따져물었다. 상법 제 542조6에 따라 상장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주식 0.5%를 보유해야 주주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 등기설립일은 지난해 8월 28일로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CGI는 상법 제363조2에 따라 주주제안이 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갖고 있는 주주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6주 전까지 안건을 제안할 수 있다. 법원은 1심에서 KCGI 손을 들어줬으며, 2심은 이르면 이주 내 나올 예정이다.
한진칼 최대주주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은 28%에 이른다. 2대 주주인 KCGI에 이어 국민연금이 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구조로는 한진그룹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KCGI는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며 맞서고 있다.
문제는 조 회장 일가가 수백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켰던 만큼 총수 일가의 일탈과 부정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의결권 향방을 알기 어렵단 점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을 앞두고 있어 무엇보다 경영권 방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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