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아과 전문의 모임인 미국소아과학회(AAP)가 지난 20여년 간 진행된 수많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체벌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AAP가 체벌과 관련된 문서를 업데이트한 것은 20년 만이다.
지난 1998년 AAP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모가 아이를 때려서는 안되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정책은 미온적인 지침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20년 동안 체벌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가 전 세계에서 진행됐다. 관련 논문을 분석한 로버트 세계 터프트대 의대 교수는 의학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1998년 이후 진행된 여러 연구는 체벌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위험한지에 대해 압도적인 데이터를 쏟아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부모들은 자녀 양육에 대해 자신들만의 결정을 내린다"며 "하지만 AAP는 부모들에게 확실한 증거에 기반해 자녀 양육에 대한 지침을 줄 수 있다. 우리의 결론은 부모는 절대 아이를 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교수는 "심지어 언어를 통해 아이에게 굴욕감이나 창피함을 느끼게 하는 일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학술지 '가족심리학'에 실린 미국 미시간대 체벌 논문 분석 연구에 따르면 체벌은 아이들의 행동을 중장기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6만여명의 아이들을 분석한 연구였다. 세계 교수는 "일부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논문도 있었지만 연구의 '질'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AAP는 체벌이 오히려 아이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맥길대 연구진이 2013년 학술지 '소아과학'에 발표한 논문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체벌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3~5년 가량 추적 조사했는데 논문에 따르면 체벌로 엉덩이를 맞은 아이들은 이후 그렇지 않은 아이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AAP는 체벌이 아이들의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체벌에 노출된 아이들은 뇌에서 고차원적 학습과 자기 통제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 회백질 부피가 작았으며 지능지수(IQ) 또한 낮았다. 체벌로 인해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서 뇌발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AAP는 이 외에도 체벌을 받은 아이들이 불안과 우울증과 같은 증상을 보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세계 교수는 "부모들은 가끔 훈육을 위해 아이에게 강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역시 체벌과 같은 효과를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