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당 인근에 모인 브렉시트 지지자들 [AP=연합뉴스] |
영국 하원은 이날 '탈퇴협정을 승인해 5월 22일 EU를 떠난다'는 정부 결의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해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58표차 부결했다.
이날은 당초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가 예정된 날이었다.
실제 이날 런던 의사당 밖에서는 수천명의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모여 브렉시트 연기에 대해 항의하면서 정치권에 당장 브렉시트를 단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브렉시트를 단행하지도, 이를 연기해 '질서있는 브렉시트'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하지도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이날 EU 탈퇴협정이 부결되면서 영국은 EU측이 요구한 대로 4월 12일까지 어떤 길을 선택할지를 밝혀야 한다. 그동안 막연하게 우려됐던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부결 직후 "오늘 하원의 결정은 매우 심각하다"면서 "이제 법적으로 디폴트는 영국이 4월 12일 EU를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노 딜 시나리오'가 오는 4월 12일에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 "EU는 4월 12일 자정에 '노 딜' 상황이 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완전히 대비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노 딜'이 발생할 경우 영국은 물론 EU 역시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파국을 막기 위해 영국이 브렉시트 '장기 연기'를 선택하고 EU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메이 총리가 다음주 제3 승인투표를 강행할 수도 있다. 앞서 첫 번째 승인투표는 230표, 두 번째 승인투표는 149표라는 큰 표차로 부결됐지만 이날 EU 탈퇴협정의 부결 표차는 58표로 줄었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전제로 조기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메이 총리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도 반대표를 던진 민주연합당(DUP)과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를 합해 30명 정도만 추가로 메이 총리쪽으로 돌아서면 다음 번에는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면 제3 승인투표는 불허하겠다고 밝힌 존 버커우 하원의장의 입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U가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이번주까지 EU 탈퇴협정이 영국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다음주에 승인투표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유효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탈퇴협정 부결 직후 "(메이 총리가) 합의안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관둬야 한다"면서 "조기 총선을 통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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