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전 아인슈타인이 빛은 중력이 강한 천체에 휜다는 이론을 발표했고, 5년 뒤 입증이 되며 중력이 강한 블랙홀의 존재가 증명됐습니다.
존재만 밝혀졌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 속에만 그려졌던 블랙홀이 세계 최초로 관측됐습니다.
블랙홀 무엇인지 김수형, 윤지원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 기자 】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입니다.
주인공 쿠퍼가 딸을 만나기 위한 마지막 희망으로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블랙홀 안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딸에게 인류를 구할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해 검은 구멍처럼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지구와 같은 천체에서 벗어나려면 중력을 이길 수 있는 탈출속도, 적어도 초속 11.2km 이상으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중력이 너무 강해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km 보다 높은 천체가 있다면 어떨까요?
빛도 빠져나올 수 없고 오히려 빨려들어가고, 주변을 지나는 빛은 심지어 휘어집니다. 빛도 흡수하다보니 관측도 어렵습니다.
이게 바로 블랙홀입니다.
블랙홀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에서 출발합니다.
1915년 독일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빛은 태양 등 거대한 천체의 중력에 의해 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100년 전인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는 개기일식 때 빛이 휘는 사실을 관측해 블랙홀의 존재가 증명이 됩니다.
다시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죽음을 앞둔 여성은 주인공의 딸입니다. 아빠보다 더 늙었는데, 주인공은 블랙홀을 다녀와 시간이 왜곡돼 느리게 흘렀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인슈타인 이론 중 하나입니다.
영화 속 상상으로만 구현됐던 블랙홀의 윤곽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관측됐습니다.
104년 전 아인슈타인이 이론화한 블랙홀을 실측할 수 있게 되며 우주의 천체 연구에 새로운 장이 열렸습니다.
윤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주황색 빛을 뿜어내는 고리 안으로 검은 원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구에서 5천5백만 광년 떨어진 은하 M87 중심부에서 관측된 초대형 블랙홀입니다.
국제 연구진이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블랙홀의 실제 모습과 무게, 크기를 실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인터뷰 : 셰퍼드 도에레만 / 블랙홀 관측 프로젝트 단장
-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블랙홀을 우리가 관측했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쁩니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의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 지름은 160억km에 달합니다.
관측을 위해 미국과 유럽, 한국 등 200여 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진은 지구 6개 대륙에 있는 8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규모의 거대한 망원경을 만들었습니다.
연구진은 2020년까지 3대의 망원경을 추가해 더 많은 연구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 인터뷰 : 정태현 /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 "블랙홀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적 지식을 테스트할 기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다 많은 망원경과 보다 좋은 성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상과 이론 속에만 존재하던 블랙홀 첫 관측으로 인류는 우주의 비밀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됐습니다.
MBN뉴스 윤지원입니다. [ jwyuhn@gmail.com ]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