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특허의 대부분이 해외 특허 출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허 출원 국가도 주로 미국에 편중돼 있고 인도, 베트남 등 신남방국가에 대한 특허 출원은 미국, 일본, 중국 등 다른 경쟁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해외 특허를 선점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허청은 국내 기업과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국내특허 출원인이 최근 5년간 확보한 해외특허 현황 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출원인들이 국내 특허로 신규 출원한 지적재산(발명) 가운데 11.7%만 해외 특허에 출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은 "국내 출원의 88.3%는 해외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특히 중소기업은 96%가량이 해외 특허 출원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1~2015년 사이 국내특허 신규 출원 77만9005건 전수에 대한 해외특허 출원 현황을 추석조사한 결과다.
문제는 한국 주력 수출품목들조차 해외 특허 출원 비율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1위인 전기·전자제품(18.6%)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 내외이거나 그 미만이다. 주력 수출품목 2위인 수송장비는 9.6%에 그쳤고, 3위 기계류·정밀기기와 4위 화학공학품은 각각 11.9%, 10%로 조사됐다. 5위인 철강제품(4.6%)과 6위인 원료·연료(6%)는 10%에도 못 미쳤고, 특히 최근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특허출원이 활발한 식료·직접소비재는 국내 특허의 단 1.6%만이 해외로 출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체별 격차도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이 국내에 출원한 특허를 해외에도 출원하는 비율은 전체 3만5893건 중 36.8%(1만3216건) 수준이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많은 4만4258건의 국내특허를 신규 출원하고도 비용 부족 등으로 이 중 4.3%(1900건)만 해외에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출연연 등 비영리 연구기관은 12.3%, 대학은 4.5%로 조사됐다.
해외에 출원된 특허들도 대부분 미국, 중국 등 기존 시장에 편중돼 있었다. 특히 전체 해외 출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2.9%는 미국 출원으로 확인됐다. 기업은 미국과 중국에 주로 출원했고 대학과 비영리 연구기관에서는 미국 외 국가에는 거의 출원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한국의 해외 특허 미국편중 현상은 중국(51.7%)과 일본(43.4%), 독일(30.7%) 등 주요 수출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싱가포르 등 7개 신흥국에 대한 해외 출원 비중은 한국이 5.6%로 가장 낮았고 미국이 16.6%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특허 실적이 일본에 크게 뒤졌다. 일본은 1억달러당 24.3건을 출원한 반면 한국은 일본의 30%(7.3건) 수준만 출원했다. 이 같은 격차는 인도, 아세안 등 신남방 시장에서 더 크게 벌어졌다. 인도 시장에서 수출 1억달러당 특허 출원은 미국, 일본이 각각 40.1건, 50.7건인 반면 한국은 11.1건에 그쳤다. 아세안 시장에서도 미국, 일본은 각각 1억달러당 11.9건, 10.5건의 특허를 출원했지만 한국은 2건에 그쳤다. 특히 베트남과 필리핀을 제외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국가에서는 중국보다도 해외 특허 출원이 적었다. 향후 본격화될 신남방 시장에서의 기술경쟁 전망이 어두울 것이란 분석이다.
특허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6월까지 '해외특허 경쟁력 강화 종합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저가제품이 수출 경쟁력을 가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의 특허 기술로 만든 고부가가치 제품이 수출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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