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엄 아웃렛 내 입점한 타미힐피거 매장 전경 |
경기도 한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타미힐피거'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현대G&F 측의 직영점 전환 통보에 주저앉았다. 올해 말로 대리점 계약을 종료하면 매장 인테리어를 다 포기하고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A씨 뿐 아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 10명 모두 다 일자리를 잃을 판국이다.
본사가 지정해 준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시설에 직접 투자하고 매장을 오픈했다는 A씨는 "프리미엄 아웃렛은 다 외곽에 위치해 상권이 안정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그래서 아직 투자비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인데 번만큼 다 빚으로 떠안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 A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아웃렛 내 타미힐피거의 대리점주는 7명. 내년과 내후년 대리점 계약 종료를 앞둔 이들까지 합하면 총 13명이 된다. 대기업과 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G&F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의 자회사다. 타미힐피거를 비롯해 DKNY, 캘빈클라인, 아메리칸이글 등의 국내 판권을 가졌다. 본래 SK네트웍스에서 보유하던 타미힐피거 판권을 2017년 현대백화점그룹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며 현대G&F가 가지게 됐다.
현재 신세계나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타미힐피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은 평균 2회 시설공사를 했고, 총 5~6억원의 비용을 들여 매장 인테리어를 꾸몄다. 대리점이 전 재산이자 가족의 생계가 달린 터전인 이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충남 부여에서 타미힐피거 대리점을 운영하는 B씨는 "저같은 경우 부산이 고향인데 하던 일을 다 접고 부여까지 와서 대리점을 하고 있다"며 "저만 믿고 아무 연고도 없는 부여에 와 사는 가족까지 있지만 처음 대리점주를 모실 때와 너무도 다른 기업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주 C씨 역시 타미힐피거 가두점부터 운영을 해 왔다. 그런데 가두점 인근에 프리미엄 아웃렛에 입점을 해야하니 가두점을 철수하는 조건으로 회사 측에서 아웃렛 대리점 운영을 권유했다. 이미 가두점 상권은 무너질대로 무너진 상태였다. C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웃렛에 대리점을 열었다.
C씨는 "타미힐피거는 가두점 때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였다"며 "하지만 정상 매장 인근에 아웃렛을 버젓이 열다보니 매출은 반토막 났고, 정말 살기 위해 아웃렛 매장을 맡은 건데 하루 아침에 또 뺏기게 생겼다"고 말했다.
↑ 프리미엄 아웃렛 내 입점한 타미힐피거 매장 전경 |
대리점거래계약에 따르면 현대G&F가 계약을 갱신하거나 지속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은 없다. 사실 본사와 대리점 계약관계 종료는 한달 전까지 서면통지로도 가능하다. 이같은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계약 종료에 관해 알렸고, 오히려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는 등 대리점주들의 '소프트랜딩'을 돕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게 현대G&F측 입장이다.
실제로 현대G&F는 타미힐피거 대리점 측에 총 3년(대리점 1년 연장 후 중간관리 계약 2년)간 계약이 유지되는 합의안을 이미 제안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점주들과 갈등을 빚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중간관리 계약 2년간의 수수료율 산정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크다. 중간관리 시점에서 대리점주가 투자한 매장의 인테리어 시설은 모두 현대G&F로 귀속이 된다. 따라서 이미 인테리어에 들어간 투자금을 고려하면, 수수료를 더 받아야 한다는 게 대리점주들의 주장이다.
반면 통상 대리점 운영 4년이 지나면 인테리어 감가상각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수수료율 인하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현대G&F측은 말한다.
근본적으로는 타미힐피거 직영화 방침을 놓고 논란이다. 타미힐피거 매장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여서 굳이 직영화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대리점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A씨는 "2013년부터 타미힐피거 매장의 매출은 꾸준히 신장세에 있다"며 "따라서 대리점을 정리하기 위한 귀책 사유가 대리점주에게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직영화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대리점주들이 들인 시간과 노력, 투자로 일궈낸 결과물을 무시하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아웃렛이 아닌 정상 가두점 매장에 대해선 당장 직영점으로의 전환 움직임이 없어 직영화란 명분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두점의 경우 건물 임대계약과 권리금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아웃렛 내 입점해 있는 대리점과 달리 직영화에 어려움이 크다.
이에 대해 현대G&F 관계자는 "이번 계약 종료는 브랜드 고급화와 대고객 서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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