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장 구광신 셰프. [사진 제공 =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 |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중식당 파크루안에서 만난 구광신 셰프는 "한국도 국내산 재료로 훌륭한 중식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구광신 셰프는 현재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장을 맡아 한국 식재료로 만든 중식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구 셰프가 지금까지 연구한 한국 식재료만해도 해삼과 제주 톳, 미역, 군소, 냉이, 두릅 등 10여가지가 넘는다. 파크루안에서는 청경채대신 두릅에 굴소스를 올려 선보인다. 해삼알을 갈아서는 스프를 만들고, 중국식 김치인 자차이는 제주산 톳을 절여 내놓는다.
구 셰프는 "한국식 중국요리는 한국화된 중식요리인데, 중국식 요리로 오해를 받는 일이 많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식 중국요리는 기름을 정통 중식의 30% 밖에 쓰지 않을 뿐 아니라 향신료도 강하지 않고 해초류를 식재료로 많이 쓰기 때문에 글로벌화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중찬문화교류협회는 1985년 화주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단체다. 당시에는 화교 출신들이 국내 중식당 주방을 꽉 잡고 있었다. 구 셰프는 2015년부터 회장을 맡으면서 한국 요리사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화교 출신인 본인으로서는 선배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린 결단이었다.
구 셰프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식 요리사 10명 중 8~9명이 화교일 정도로 한국 요리사들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며 "같은 조리사인데 복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호텔에서도 승진이 늦는 모습을 보면서 장벽을 없애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구 셰프는 한국과 화교 요리사들의 단합을 위해 '국제마스터셰프요리대회'를 만들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아시아권 요리사들이 중식으로 교류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다. 대만과 싱가포르, 중국, 필리핀, 등 각 나라별 요리사들이 참여하며 서울시관광재단에서 지원을 담당한다. 국내에서는 약 100명 이상의 요리사들이 예선에 출전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구 셰프는 "한국 중식 셰프들이 뭉칠 수 있는 장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식재료나 기술 등에 대한 정보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중식요리경연대회를 통해 글로벌 기술을 교류하고, 또 한국식 재료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단체전 우승팀은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닥터셰프팀이 차지했다. 당시 선보인 요리로는 제주 식재료를 활용한 멍게 멘보샤, 염각 뿔소라 등이 있다. 심사는 여경래 셰프 등 각 나라별 전문가들이 맡는다. 올해는 처음으로 결선
구 셰프는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초원과 산이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좋은 식재료를 멀리 찾지 않고 국내에서 개발해낼 수 있는 능력을 요리사들이 기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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