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이 지난 30일 서울 중구 인근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신미진기자] |
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 회장은 30일 <매경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법적 환불 기간인 구매일로부터 7일 이후에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를 내치는 것과 포용하는 것 중 장기적으로 유리한 건 환불을 받아들이고 로열티를 주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소비자 인지 감수성'은 '성(性) 인지 감수성'에서 착안된 개념이다. 성 인지 감수성은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성별 간의 불균형과 차별 요소를 인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게 백 회장의 주장이다.
백 회장은 소비자 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사례로 '임블리 사태'를 꼽았다. 온라인쇼핑몰 임블리는 '곰팡이 호박즙' 논란 당시 "환불은 어렵고 먹은 것에 대해서는 확인이 안 되니 남은 수량과 폐기한 한 개에 대해서만 교환해주겠다"고 응대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현재 100여명의 소비자들은 임블리 측의 호박즙뿐 아니라 화장품과 의류 등의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며 단체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임블리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그는 "현재 임블리 안티로 돌아선 대부분이 이전에는 VIP였던 소비자들"이라며 "첫 고객 대응 때 환불 규정을 운운하기보다 먼저 그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소비자들의 분노가 지금처럼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집단소송·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해야
공정위 출신 변호사인 백 회장은 20여년간 소비자 분야 업무를 담당해 온 전문가다.
백 회장은 '소비자에 의한 경제민주화'를 주장한다. 그는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승소했을 때 얻는 이익은 손해액 그만큼뿐"이라며 "소비자는 잘해야 본전, 기업은 못해도 본전이라는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선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식 집단소송은 한 명의 피해자가 기업을 상대로 승소할 시, 배상 책임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반면 한국은 집단소송을 증권 분야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집단소송'이 아닌 '집단적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역시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최대 3배까지로 한정된 건 진정한 의미의 징벌적손해배상이 아니라는 게 백 회장의 주장이다. 국내에서는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을 두고 '기업의 과도한 배상 책임 우려'와 '소비자 주권 보호'로 의견이 나눠진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적용된 예는 '맥도날드 할머니 컵홀더 사건'이다. 미국 법원은 1992년 한 할머니가 차량 주행 도중 커피가 다리에 쏟아져 화상을 입었다며 맥도날드 측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당시 27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커피 온도가 평소보다 높았고,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문구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백 회장은 "맥도날드가 현재 가치로 30억원의 손해 배상을 하게 된 건 판결 전 10년간 유사한 피해가 수백 건이 발생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걸 법원이 고의로 봤기 때문"이라며 "고의가 아니라면 기업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맥도날드는 커피 사건에서의 징벌적 배상 이후 한층 더 성장했다. 소비자를 더욱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그것이 결국은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규제 중심, 정부서 소비자로 변화해야
백 회장이 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외치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현재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 정부 주도의 규제를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진정한 펀더멘탈을 갖출 수 있다고 백 회장은 믿는다.
올해로 출범 36년 차인 소시모는 회원수 5만5000여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규모 소비자단체다. 변호사와 의사, 약사,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소비자와 관련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한다. 국제소비자단체연합인 CI(Consumers International)에서도 이사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소시모는 올해 1월 시중에 판매되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 10개 중 1개가 가짜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백색 돼지가 흑돼지로, 돼지다리에만 매겨지는 등급이 목살과 삼겹살에도 붙여 판매되는 등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후 정부는 수입·유통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의 에너지 위너상'도 규제를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일환 중 하나다. 소시모는 매년 에너지 효율과 환경 보호에 기여한 제품을 선정하고 마크를 부착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탄생한 제품보다 소비자의 '착한 소비'가 환경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백 회장은 "소시모와 같은 소비자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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