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은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의 기념사를 통해 시장은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했을 때도 이 총재는 "소수의견 일 뿐 시그널은 아니다.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몇몇 경제지표가 일제히 부정적으로 나타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4일 발표된 1분기 성장률 잠정치는 -0.4%로 속보치(-0.3%)보다 0.1%포인트 더 떨어졌고 바로 5일에는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보였다.
이 총재는 대내외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올해 들어 우리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라며 "앞으로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 투자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진단했다.
대외환경에 대해서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특정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성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감도 짙게 드러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요인이 남아 있어 경계감을 아직 늦출 수 없다"며 "(통화정책에서)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책당국에 대해서는 성장모멘텀 확보를 위한 구조개혁을 또 한 번 촉구했다. 이 총재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성장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거시경제를 운영해야 한다"며 "경기대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정책 여력과 효과를 신중히 판단해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역할론에 대해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체계와 관련 학계,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던 'Fed Listens' 행사를 언급하며 "빠르게 변하는 정책환경 아래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한은 임직원에게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 총재는 "최근 한치 앞을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