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해 지난해 12월 구축한 국내 첫 중이온빔 조사시험시설을 연구자들이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원자력연구원] |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대전 유성구 원자력연 본원 종합엔지니어링동에 지난해 12월 개발 완료된 '한국형 고주파 선형가속기 기반 중이온빔 조사시험시설(KAHIF)'의 최종 성능을 검증하고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고주파 선형가속기는 고주파 전기장이 걸린 여러 단계의 전극 사이로 하전입자를 직선으로 통과시켜 가속시키는 장치다.
KAHIF는 가벼운 헬륨(He) 이온부터 철, 제논(Xe) 등 무거운 이온에 이르는 여러 종류의 중이온을 핵자당 1MeV(메가전자볼트)로 가속한 뒤 표적 물질에 조사해 재료의 특성을 연구하고 소재의 성능을 시험, 평가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전까지 국내 연구자들은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면서 제한적인 시간 동안 해외 가속기 시설을 이용해야 했다. 일본 교토대 시설의 1일 이용료는 250만원, 미국 미시건대 시설의 시간당 이용료는 22만원(1일 환산 기준 528만원)에 달했다.
이에 원자력연은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와의 국제협력을 통해 가속기의 일부 핵심 장치를 제공받고, 이를 다시 국내 실정에 맞게 개선함으로써 학계와 산업계 수요에 최적화된 중이온빔 조사시험시설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5년부터 3년 여 동안 총 27억원을 투입했다.
중이온빔 조사시험시설은 재료 연구 분야의 핵심 인프라로 향후 다양한 신소재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동 중인 원자로와 핵융합로에서 방출되는 다량의 이온과 중성자는 핵연료 피복관, 대면재, 구조재 등 재료 특성을 변화시키면서 내구성을 약화시킨다. 때문에 이온과 중성자 조사 환경에 따른 재료 특성 변화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적합한 내구성을 갖춘 재료를 개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은 "벌써부터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국내 산학연의 이용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연구자들이 양질의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충분한 빔 이용시간을 제공하고 이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성능 점검과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대전 유성구 신동 지구에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을 건설 중이다. KAHIF와 마찬가지로 고주파 선형가속기 기반이지만 핵자당 200MeV의 빔 출력 성능을 가졌다. 양성자부터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을 빛의 속도 절반 수준까지 가속해 충돌시킬 수 있어 암 치료용 희귀동위원소 개발과 신소재, 에
앞서 일부 공급사와의 마찰로 지연된 라온의 고에너지 초전도 가속구간의 경우, 2021년 10월 완공 후 같은 해 12월 최초 빔 인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온 건설·구축사업에는 2021년까지 8년간 총 1조4875억원이 투입된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