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해 유해식품에 노출되거나 이로부터 건강습관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오히려 건강세 부과나 미디어 규제를 찬성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김계형, 강은교, 윤영호 교수팀은 2018년 4월부터 5월까지 만 20세 이상의 응답자 1,200명을 대상으로 유해식품 건강세 부과와 미디어 규제에 대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 국민 대다수(71.8%)는 건강세 부과를 지지했고, 응답자들은 또한 담배와 주류소비가 많은 국가임에도 주류광고(72.3%)와 흡연장면(63.7%)에 대한 미디어 규제를 지지했으며, 특히 최근 성행하는 먹방(51.9%)과 식품광고(44.0%)에 대해서도 규제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유해식품 건강세 부과와 미디어 규제에 찬성하는 사람의 요인을 분석했다. 기혼(동거)이거나 자녀가 있는 경우 건강세 부과와 미디어 규제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존의 연구와 달리 나이, 성별, 학력은 관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디어에서 주류광고, 흡연장면, 먹방, 식품광고를 본 적이 있거나 혹은 그것이 자신의 건강습관에 영향을 주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오히려 건강세 부과나 미디어 규제에 더 찬성했다. 기업은 광고나 미디어 노출을 통해 매출을 늘리려하지만 정작 미디어를 통해 주류광고를 접한 사람은 이에 규제가 더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흡연장면, 먹방도 마찬가지다.
이번 연구결과는 담배, 술, 비만유발식품 등 유해식품에 대한 과세나 규제가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흡연과 음주에 대한 과세 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는 지방과 설탕이 많은 식품에도 세금을 부과한다. 실제로 WHO는 2016년, 비만 인구 감소를 위해 20%의 설탕세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런 시도는 제품개선을 유도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영국에 설탕세가 도입된 이후 시중음료 절반이 설탕 함유량을 줄였다. 현재 담배, 술, 유해식품 소비가 높은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관리를 위해 과세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개인과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윤영호 교수는 "무조건적인 과세보다 기업이 보다 건강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장려하는 제도 및 보조금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정부가 다각적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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