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농촌도시를 효율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필요는 계속 커져가고 있다. 반면, 귀농귀촌의 증가세는 한풀 꺾였으며 다시 도심으로 유턴하는 귀농귀촌인들 역시 증가하는 추세여서 국가적, 사회적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고령화 사회로 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 등 중증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을 공론화해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에 도시농촌융복합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매경비즈는 네덜란드 케어팜, 치매마을, 농촌관광마을 시찰단을 모집해 지난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3박 5일 일정을 강행군으로 소화했다. 농업 분야뿐아니라 복지선진국인 네덜란드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는 케어팜이다.
네덜란드의 케어팜은 농업과 복지를 합친 개념으로 1995년부터 본격 시작돼 현재는 약 1400개의 케어팜이 운영 중이다. 케어팜의 증가는 복지의 선진화 측면에서 볼 수 있지만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 급속히 나타나고 있는 농업 대형화와 스마트팜 추세 등으로 소규모 농장들이 살아남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아 변신한 때문이기도 하다. 케어팜은 네덜란드에서 환자 복지와 농촌 문제를 동시는 푸는 묘수가 되고 있다.
◆ "케어팜은 환자취급 받는게 아니라 일을 하러 간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네덜란드 아른헴(Arnhem) 지역의 후브 클라인 마리엔달케어팜(Care Farm).
↑ 후브 클라인 마리엔달케어팜 전경과 연수참가자들 [사진 = 마리엔달케어팜,김현철 팀장] |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세명씩 한 조가 돼 움직이고 있었다.
둘 셋 중 한 두명은 치매(노인) 환자이거나 자폐 환자, 장기실업자 같은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며 이 농장의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얼핏 보거나 대화를 해보기 전에는 환자라는 의식을 하지 못할 정도로 느리지만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환자들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아닌 농장에서 일을 하는 것은 바로 이곳이 케어팜이기 때문이다.
치유농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같은 케어팜이 치매 등의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복지체계가 잘 갖춰진 네덜란드에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면 될텐데 무슨 일일까?
물론 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 등이 많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케어팜의 만족도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환자나 환자의 가족에게도 케어팜은 선호대상이다. 케어팜을 연구하면서 그 자신이 직접 후브 클라인 마리엔달케어팜을 운영하고 있는 얀 하싱크 박사는 "네덜란드 케어팜은 농업과 복지를 합친 개념이다"며 "치매를 비롯해 정신지체, 발달장애, 자폐환자 등으로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보건복지스포츠부 산하 국립보건환경연구원 소속 연구원으로 바흐닝언대학교 객원교수이기도 한 시모나 씨는 "요양시설은 수준이 좋다. 하지만 굉장히 의학적으로 접근하고 자유를 주지 않는다"며 케어팜의 선호도가 높은 이유를 설명한다. 하싱크 박사도 "요양기관은 환자로 취급하는 반면 케어팜은 일을 하러 간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비교 설명했다.
↑ 얀 하싱크 박사(좌)와 시모나 드브런 박사(우)가 연수참가자들에게 케어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김현철 팀장] |
케어팜 이용자와 이용자 가족들의 반응은, 환자는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고 신체활동(야외활동과 동물관리 등) 욕구를 해소하는 한편 가족은 부담을 덜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환자들은 케어팜에서 더 유용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사회적 참여를 하고 있다고 뿌듯해한다.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실제로 한 케어팜 이용 환자 부인은 "남편이 고용돼 일하러 가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가족들 입장에서도 환자에 대한 죄책감을 덜면서 믿고 맡길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이용 환자들도 치매 등 중증 환자들 중심에서 자폐,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어린이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복지가 잘 돼있는 이 나라에서 케어팜이든 요양시설이든 정부(지자체)의 복지시스템에서 비용이 상당 부분 지급되기 때문에 어디를 이용하든 비용문제는 크지 않은 셈이다. 물론 요양시설에 비해 케어팜 환자들의 비용이 더 저렴하다. 환자들 가운데 부자는 본인 부담이 아주 많다고 하니 나름 합리적이다.
케어팜의 상당수는 데이케어형(방문형)으로 매일 또는 1주일에 2~3일씩 들르는 식이다.
물론 거주형도 있지만 비중이 낮다고 한다. 거주형이 많지 않지만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선호도는 방문형보다 높다.
암스테르담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힘셔크(Heemsherk)지역에 소재한 드레이거스케어팜의 경우 거주형으로 운영되고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거주형 케어팜의 경우 사전 설립 절차와 사후 관리 강도가 세기 때문에 더디게 늘어나고 있다.
↑ 드레이거스케어팜 [사진 = 김현철 팀장] |
이렇듯 복잡한 절차를 거쳐 케어팜을 시작해도 안심하기 이르다. 사후관리가 철저하다. 해마다 정부에 환자의 케어상태와 재무상황 등을 보고해야 하고 4년에 한번 정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곳은 거주형이고 이용자도 많기 때문에 지원규모가 큰 만큼 정부의 감시 강도도 세다고 볼 수 있다.
현재 27명이 4개 집에서 6~7명씩 거주하고 있는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이 200여명에 달하는데 보통 2.5년을 기다린다고 한다.
드레이거스케어팜과 달리 우리 일행이 들른 파라다이스, 익후버, 마리엔달케어팜 등은 '방문형'으로 케어와 함께 농장 운영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 가공 판매와 찻집 운영 등으로 추가적인 운영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 파라다이스 케어팜. 방문요양시설 운영과 농업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사진 = 김현철 팀장] |
소, 돼지, 닭 등 동물을 키우고 1ha 규모의 농장에서 채소를 키워 케어와 더불어 농업을 병행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목공예 교육도 하면서 노인과 어린이는 물론 이들과 함께 찾는 가족들에게 치유와 휴식을 제공하고 유기농 제품 생산으로 판매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우리 일행에게 케어팜에 대한 특강 봉사를 한 시모나 씨의 분석에 따르면 케어팜은 남성 비중이 70% 정도에 달하고 요양원은 대부분 여성으로 80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네덜란드의 케어팜 숫자는 관계자들마다 얘기하는게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최소 1100여개에서 최대 14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케어팜의 증가를 복지의 선진화 측면에서 볼 수 있지만 농업선진국인 이 나라에서 급속히 나타나고 있는 대형화와 스마트팜 추세 등으로 소규모 농장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변신한 때문이기도 하다. 시모나 씨는 "소농이 먹고 살기 힘드니까 (케어팜으로)전환한 사례가 많다며 신기하게도 이들 케어팜 농장주들의 부인들이 요양이나 간호쪽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사례분석을 통해 나타났다"고 말했다.
케어팜이 늘어나고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농촌이나 도심 외곽 중심에서 최근에는 도심속 케어팜도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케어팜이 어린이 돌봄농장, 장기 실업자와 난민 등을 케어하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케어팜들이 정부 의존에서 벗어나 농장에서 생산 가공한 제품 판매 등을 통해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 익후버케어팜. 방문형 치매환자 케어 프로그램 뿐 아니라 전국 케어팜에서 생산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까지 운영하며 소득을 다각화하고 있다. [사진 = 김현철 팀장] |
이곳에는 1주일에 노인 60여명을 포함해 105명 정도가 이용중인데 케어와 재배 생산 활동을 5 대 5 정도로 병행하고 있다. 농산물 가공생산을 통해 판매하는 농산물 숍을 운영하고 있고 카페(티룸)도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케어팜들끼리 만든 조합의 회원사들이 생산한 가공식품들을 상호부조 형태로 판매해서 수익을 나누고 있었다. 이 농장은 계란과 우유로 만든 알코올성 음료를 만들어 자체 판매 뿐아니라 다른 케어팜을 통해서도 판매하고 있다.
역시 도심형인 팜푸드포굿케어팜에서는 텃밭농업과 양봉 외에 이탈리아 피자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실직자는 물론 모로코, 시리아 등지의 난민들에게 피자 만드는 기술을 전수하고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 도심형 케어팜, 푸드포굿. 케어 서비스는 물론 피자아카데미 등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 김현철 팀장] |
네덜란드 케어팜은 1995년 보험과 연계해 시작됐고 1999년 농업부와 보건복지스포츠부의 한시적 지원으로 2000년 초반까지 급증했다가 지원이 끊기면서 한동안 주춤했다.
2010년 협회 설립으로 전환점을 맞았고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네덜란드 현지 바흐닝언대학교 사회과학대에서 health&science를 전공하고 바흐닝언 케어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예원 대표는 "정부 지원과 제도화된 뒷받침, 독립된 전담조직(협회 설립) 등이 케어팜 활성화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케어팜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도 초창기 농업부 중심에서 이제는 보건복지스포츠부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 바흐닝언케어팜 연구소 조예원 대표가 네덜란드 케어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현철 팀장] |
얀 하싱크 박사는 "일본 치유농장은 전부 노인용이라서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다"며 "네덜란드에 와서 많이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빠른 가운데 노인복지, 요양시설 등 선진화돼있는 일본도 보다 나은 케어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을 엿보게 한다. 이번 방문 중에 마리엔달케어팜에서 만난 모노 재팬 에미코 추조 이사는 "오는 10월 일본인 30여명이 마리엔달 등 네덜란드 케어팜 농장들을 시찰할 예정으로 그에 앞서 사전 준비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진흥청이 케어팜 연구를 해오고 있고 농식품부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농촌도시를 효율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필요가 커지고 있고 귀농귀촌이 한풀 꺾인 것은 물론 다시 도심으로 유턴하는 사람들도 느는 추세여서 국가적, 사회적 해결책이
[네덜란드 = 장용수 콘텐츠개발본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