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목받던 출시된 신약과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이 잇따라 좌초하면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악재에는 민감한, 호재에는 둔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헬스케어지수는 3508.66에서 2343.87로 35.20% 하락했다. 지난 1분기 말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가, 2분기 말에는 에이치엘비 리보세라닙에 대한 임상 3상 결과가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발표가, 3분기 초에는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수출했던 비만·당뇨 치료 후보물질의 반환이 각각 시장에 충격을 줬다.
악재들 사이에는 호재도 있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유한양행으로부터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를, 브릿지바이오로부터 특발성 페섬유증 신약 후보물질을 각각 사들였다. 그러나 유한양행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사흘 뒤 한미약품의 기술반환 악재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브릿지바이오로부터 기술수출 수익의 절반을 나눠 받기로 돼 있던 레고켐바이오도 오히려 주가는 하락세를 탔다.
이에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신라젠이 항암바이러스제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조기 종료를 권고 받은 뒤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급락하자 '거품 붕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뒤 최근 코스닥에 상장시켰다는 한 벤처캐피털의 바이오분야 심사역은 A씨는 "적정 주가보다 너무 높은 수준으로 공모가가 결정돼 놀랐다"며 "이미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내는 상장사들의 주가도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실제 꾸준히 실적을 내는 제약사 중 신약 연구·개발(R&D)에 가장 앞서 간다는 평가를 받는 한미약품의 현재 12개월 목표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89배로 4년 전인 지난 2015년 말의 49.26배와 비교하면 2배 가량 높아졌다. 비만·당뇨 치료제의 기술반환 이슈가 나오기 전인 작년 말에는 PER이 216.46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PER은 해당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몇 년 동안 모으면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만큼의 돈이 모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주식 시장에서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되면서 자칫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인식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항상 실패 가능성을 안고 있다"며 "과한 기대를 받고 있어 신약 개발 프로젝트 하나가 실패할 때마다 업종 전체가 충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약사이기도 한 A씨는 시장 참여자들이 임상 1상에 진입하면 성공 확률을 10% 가량으로 산정하는 공감대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성공 확률 10%'라는 계산에 사용된 분모에는 다국적
그는 "국내 제약사들도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을 접은 프로젝트가 많다"며 "하나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실패해도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도전하는 R&D 지속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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