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치료, 기억력 개선과 치매 예방 가능성 열어

한약이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침착과 타우 단백질 인산화를 억제하고 치매 환자의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침착과 타우 단백질 인산화는 가장 흔한 치매인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병리 기전이다.
휴한의원네트워크와 한국뇌연구원(KBRI) 허향숙 연구팀은 한약 '육미지황탕'에 녹용 등의 한약재를 가미하여 만든 새로운 치료 한약 'ALWPs'를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한 쥐에게 투여하였을 때 치매 유발 병리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 인 몰레큘러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Molecular Neuroscience; IF 5.07)'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휴한의원네트워크 치료 한약 'ALWPs'는 숙지황, 산수유, 복령 등으로 구성된 전통 한약처방 육미지황탕에 녹용, 구기자, 석창포 등을 가미하여 농축하는 방식으로 조제되었다.

연구팀은 쥐에게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유발한 후, 2주간 처치를 하지 않은 대조군과 매일 한 차례씩 치료 한약인 'ALWPs'를 주입한 실험군을 비교하는 동물 실험을 진행한 결과, 고차원적인 사고를 주관하는 대뇌피질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인산화 정도를 확인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덩어리로 신경세포의 파괴를 유발하고,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신경 섬유 얽힘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을 억제하고 타우 단백질 인산화를 줄이는 것이 치매 치료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실험 결과, 대뇌피질과 해마 모두에서 치료 한약 'ALWPs'는 대조군에 비해 아밀로이드 플라크 침착과 타우 단백질 인산화를 모두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어 치매 유발 물질로 인해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저하된 쥐에게 'ALWPs'를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는 동물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Y-미로 검사와 NOR 검사가 사용되었다. 또한 연구팀은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개선하는 기전을 탐색하기 위해 수상 돌기의 가시(dendritic spine)의 개수와 모양을 확인했다. 뇌세포의 수상 돌기 가시 밀도는 기억력과 관련된 신경계 기능을 평가하는 척도로, 가시의 밀도가 높고 모양이 길면서 클수록 기억력이 보존된 상태로 볼 수 있다.
Y-미로 검사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쥐의 습성을 이용해 쥐가 세 갈래 길에서 얼마나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주로 단기 기억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며 이번 실험에서는 세 갈래 길에 쥐를 3분 동안 놓아두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했다. 치매가 유발된 쥐는 수행 능력이 매우 저하되었지만 치료 한약 'ALWPs'를 투여한 쥐에서는 수행 능력이 유의하게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NOR(신물질탐색) 검사는 익숙한 물체보다 새로운 물체를 좋아하는 쥐의 습성을 이용해 학습능력과 장기기억력을 평가하는 실험이다. 쥐가 전날 본 물체와 새로운 물체를 놓아두고 전날 본 물체를 기억하여 새로운 물체로 향하는 빈도를 측정했다. 치매가 유발된 쥐는 수행 능력이 상당히 저하되었지만, 치료 한약 'ALWPs'를 투여한 쥐에서는 수행 능력이 유의하게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치매가 유발된 대조군에서는 뇌세포의 수상 돌기 가시의 숫자가 매우 감소했고, 가시의 크기도 위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치료 한약 'ALWPs'를 투여한 쥐에서는 수상 돌기의 가시 숫자가 상당히 증가했고, 모양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뇌연구원 허향숙 책임연구원은 "ALWPs는 치매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플라크 침착 및 타우 단백질 인산화를 억제하고 기억력을 보존하는 효과를 보였는데, 특히 뇌세포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위영만 휴한의원네트워크 대표원장은 "치료 한약 ALWPs가 과도한 뇌 염증을 조절하여 뇌 신경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논문에 이어 이번 논문을 통해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병리 기전을 억제하고 치매 증상의 진행을 늦춘다는 효과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치료 한약 ALWPs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예방 및 치료제로서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